롯데지주사 내달 출범…신동빈 회장 책임경영 강화
신동빈 롯데 회장이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인 지주사 대표를 맡기로 한 것은 ‘책임 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지주회사를 통해 그룹 전반에 대한 일본 측 지배력을 약화시키고,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는 업무를 직접 담당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아울러 신 회장의 형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사실상 끝낸다는 의미도 있다는 게 롯데 측 해석이다.

◆그룹 장악력 높아져

신 회장은 호텔롯데 롯데케미칼 롯데제과 등 3개 계열사 대표를 맡고 있다. 또 롯데건설 롯데칠성 캐논코리아비즈니스솔루션 등의 사내 이사로도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지주회사 대표가 되면 사업회사로 전환되는 롯데제과 대표직은 내려놓을 것이라고 롯데 측은 밝혔다.

신 회장이 지주사 대표에 오르고 지주사 체계를 완성하면, 이들 계열사 이외에도 그룹 내 모든 의사결정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게 된다. 롯데 관계자는 “신 회장을 정점으로 한 의사결정 구조를 단순화하고 책임 소재도 명확히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주사 대표를 맡음으로써 신 회장의 그룹 장악력이 더 높아지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신 회장과 함께 경영권을 놓고 싸우고 있는 신 전 부회장은 이번 지주사 전환에 명확한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신 회장 경영권이 강화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다. 신 회장과 함께 지주사 대표에 오를 예정인 황각규 사장 등이 지주사 이사진에 들어서면 신 전 부회장이 경영에 참여할 여지는 사실상 사라진다.

그룹 내 경영이 더 투명해지는 효과도 있다. 그동안 롯데는 계열사 간 순환출자가 복잡하기로 ‘악명’ 높았다. 특정 계열사에서 자금이 필요하면 다른 계열사가 지원해 주는 일도 있었다. 그런 과정에서 순환출자 고리가 복잡하게 형성됐다. 지주사 체제에선 이 같은 순환출자가 불가능하다. 정당한 명분 없이 지원해줬다간 각 계열사 대표들이 배임 혐의를 받는다. 계열사의 독립 경영이 더 강화될 수밖에 없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각 계열사가 자기 사업에만 몰두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가치가 올라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호텔롯데 상장 등 과제도

롯데가 다음달 초 지주사 체제를 출범하지만 가야 할 길은 멀다.

우선 신 회장이 지주사 지분을 더 확보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내달 초 신설 예정인 롯데지주에 대한 신 회장 지분은 10% 안팎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롯데쇼핑 롯데제과 등 다른 사업회사 보유지분을 팔고, 지주사 지분을 더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식을 맞바꾸는 형태의 현물출자 방식 유상증자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그동안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해 온 호텔롯데 상장을 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 호텔롯데 지분 대부분을 일본 주주들이 보유하고 있어 일본 기업 ‘딱지’가 붙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이슈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면세점 사업이 회복되고 신 회장에 대한 경영 비리 및 뇌물죄 재판이 종식되는 2~3년 뒤에 상장 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업계에선 본다.

호텔롯데가 보유한 주요 계열사 지분 일부를 지주사가 매입하는 식으로 지분 정리도 해야 한다. 호텔롯데는 롯데건설(41.4%), 롯데상사(34.6%), 롯데캐피탈(26.6%) 등 계열사 지분을 대량으로 보유 중이다. 현재 구조대로 하면 롯데지주와 호텔롯데 두 개 모두 지주사로 볼 수 있다. 롯데 전 계열사를 아우르는 명실상부한 지주사가 되기 위해선 롯데지주가 계열사 지분을 더 매입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이 밖에 롯데카드, 롯데손해보험 등 금융사 보유 지분 매각 등도 논의될 전망이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