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만 정유·화학공장 가동 중단… 국내 석유화학업계 '반사이익'
미국 최대 정유·화학시설 단지가 있는 텍사스주 멕시코만 지역이 허리케인 ‘하비’로 큰 피해를 입으면서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반사이익을 얻을 전망이다. 엑슨모빌 베이타운(56만배럴)과 아람코 포트아서(60만배럴) 등 가동이 중단된 멕시코만 일대 정유설비는 440만배럴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텍사스에는 미국에서 운영 가능한 정제설비의 30%가 몰려 있다. 휘발유 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유사의 수익을 좌우하는 정제마진(원유와 석유제품 값 차이)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1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지난달 30일 연중 최고치인 배럴당 10달러를 돌파했다. 하비가 허리케인으로 발달하기 이전 열대성 폭풍이던 지난달 23일(7.86달러)에 비해 27%나 올랐다.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 등 국내 정유사들은 정제마진 상승에 따른 수익성 향상이 기대된다. 허리케인이 물러나더라도 재가동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전망이어서 당분간 정제마진은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앞서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때도 파손된 정제설비와 파이프라인 복구에 3개월 가까이 걸렸다.

에틸렌과 폴리에틸렌 등을 생산하는 화학공장도 대부분 가동을 중단해 LG화학과 한화토탈 등 국내 화학업체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포모사 플라스틱스(150만t)와 옥시켐(55만t) 에탄크래커(ECC) 공장 등 멈춰선 ECC 시설은 810만t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최대 에틸렌 생산국인 미국 연간 에틸렌 생산량(2896만t)의 28%에 가깝다.

글로벌 수요 증가로 에틸렌 마진(원재료인 나프타와 제품인 에틸렌 가격 차이)도 상승하고 있어 하반기 국내 화학업체 실적이 한층 개선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7월 t당 평균 534달러이던 에틸렌 마진은 지난달 731달러로 한 달 새 37% 상승했다.

반면 미국산 액화석유가스(LPG)를 수입해온 SK가스와 E1 등 국내 LPG업계는 공급 차질과 가격 인상을 우려하며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멕시코만의 주요 항만이 폐쇄되면서 지난달 25일 이후 LPG 운반선의 발이 묶인 상태다. 미국과 함께 LPG 양대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발빠르게 가격 인상에 나선 점도 걱정거리다.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는 9월 국제 LPG 가격(차량용 부탄가스 기준)을 전달 t당 460달러에서 40달러 인상한 500달러로 책정했다. 이달 국제 LPG 가격 상승으로 다음달 국내 LPG 가격은 ㎏당 50원가량 인상 요인이 발생했다.

전유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석유시장의 수요와 공급의 20%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 정유·화학시설 가동 중단은 미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지역의 석유제품 가격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