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에 바다로 간 두산중공업… 해상풍력발전으로 돌파구
유리섬유 등 초경량 블레이드 제작
현대일렉·삼성공업 등 사업 접어
국내 유일 육상·해상 발전기 업체
70기 수주…내년 해외 진출 모색
8일 두산중공업 창원공장에선 블레이드(날개)를 끼우기 위한 둥근 구조물인 허브와 발전기가 들어간 컨테이너 모양의 너셀 수십 개가 조립을 기다리고 있었다. 공장 본사건물엔 보잉737 한 대 길이에 육박하는 44m짜리 블레이드가 전시됐다. 탄소와 유리섬유 등 초경량 소재로 만들어진 블레이드는 가장 적은 바람으로도 가장 많은 전기를 생산할 수 있도록 개수(3개), 길이, 각도 등이 공기역학적으로 설계된다. 블레이드가 돌면 너셀 내부에서 바람이 만들어내는 10rpm(분당회전수) 수준의 회전에너지를 1460rpm으로 증폭하기 위해 증속기가 가동한다. 여기에 발전기 안 영구자석이 작동하면서 전기가 만들어진다.
두산중공업은 블레이드, 너셀, 허브 등 풍력발전기에 들어가는 주요 제품을 설계해 조립하는 국내 최대 풍력발전기 제조업체다. 현대일렉트릭,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이 관련 사업을 접으면서 국내에서 육상과 해상 풍력 경험이 있는 유일한 업체가 됐다. 지금까지 총 210㎿ 규모로 70기를 수주했다. 1㎿는 1000명이 하루 동안 소비하는 전력량이다. 지난해 26기를 설치해 국내 시장점유율 1위(38.8%)를 차지했으며 유니슨(13.3%)과 효성중공업(9.9%)이 뒤를 이었다.
두산중공업은 블레이드 길이가 70m에 달하는 제품을 내년 말까지 개발할 예정이다. 지난 5월엔 현대일렉트릭에서 5.5㎿급 풍력사업부를 인수하면서 대형 풍력발전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지난달엔 블레이드가 65.6m인 제품의 국제 인증도 받았다. 이를 적용한 풍력발전기의 타워 높이(날개 포함)는 157m로 동대문 두산타워 높이(154m)와 비슷하다. 이 제품 17기는 내년 4월부터 순차적으로 서남해 해상풍력단지에 설치될 예정이다.
두산중공업은 풍력발전기에도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해 첨단 유지보수시스템인 ‘윈드수퍼비전’을 개발했다. 이달 말 제주 탐라해상 풍력단지 내 10기에 적용할 예정이다. 스마트폰으로도 발전상태를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업계에선 문재인 정부의 친환경 에너지 정책으로 풍력발전시장 규모가 올해 1조1000억원에서 2021년 2조6000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회사 관계자는 “아직 증속기 등 핵심부품을 국산화하지 못했고 덴마크 베스타스, 독일 지멘스 등 해외 선두권 업체와 경쟁하기엔 부족한 점이 많다”며 “내년 이후엔 동남아시아 등에 수출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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