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계란 생산업체들이 심각한 공급 과잉으로 고전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1일 보도했다. 지난해부터 계란 품귀 현상으로 소동을 빚고 있는 한국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시장조사업체 어너배리에 따르면 12개 들이 계란 한 판의 도매가격은 지난 6월 말 98센트(미국 중서부 지역 기준)로 2년 전에 비해 68% 떨어졌다. 같은 기간 계란 한 판 소매가격은 1달러33센트로 48% 하락했다. 미국 최대 계란 생산업체인 칼메인푸드는 지난해 회사 설립 후 처음으로 적자를 냈다. 회사 측은 “공급 과잉에 따른 계란 가격 급락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계란 공급 과잉이 나타난 것은 2015년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AI) 파동 때문이다. 단백질 식단의 확산 등으로 10여 년간 호황을 누란 계란 산업은 2015년 AI 발생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계란 소비가 급감하면서 상당수 업체가 업종을 전환했다.

하지만 계란 공급이 줄어들면서 가격이 급등하자 계란 사업에 뛰어드는 업체도 덩달아 급증했다. 미국의 월간 계란 생산량은 75억 개(지난 6월 기준)로 사상 최대치(약 80억 개)에 근접했다.

반면 계란 수요는 공급만큼 늘지 않아 공급 과잉 현상이 빚어졌다. WSJ는 “계란 가격이 급등하는 동안 제빵업체를 비롯한 많은 식품업체가 계란 소비를 줄이는 쪽으로 레시피를 바꿨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일부 업체는 수출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미국의 계란 수출량은 1억7000만 판으로 2014년의 45% 수준에 그쳤다. 미국산 계란 주수입국인 멕시코 캐나다 등이 계란 생산을 늘린 탓이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