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브라이트소스에너지가 캘리포니아주 모하비 사막에 세운 태양광 및 태양열 발전소 전경. 넓이가 여의도 면적의 다섯 배에 달하는 14㎢다.  AP·구글 캡처
미국 브라이트소스에너지가 캘리포니아주 모하비 사막에 세운 태양광 및 태양열 발전소 전경. 넓이가 여의도 면적의 다섯 배에 달하는 14㎢다. AP·구글 캡처
문재인 정부는 탈(脫)원전·탈석탄 정책을 추진하면서 대안으로 신재생에너지를 꼽고 있다. 지난해 전체 전력 생산의 5% 미만인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까지 20%로 끌어올리겠다는 공격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정부가 목표 달성을 자신하는 대표적 근거는 태양광, 풍력 등의 발전단가가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정부가 제시한 발전단가는 대부분 한국과 국토 면적, 일조량, 풍질(風質)이 확연히 다른 미국을 기준으로 작성돼 ‘우리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자연환경 다른데…미국 기준 앞세워 "신재생 확대" 밀어붙이는 정부
“미국은 우리와 너무 다른데…”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1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자료를 보면 5~7년 후 신재생에너지 발전단가가 원전 발전단가보다 낮아진다고 나온다”며 “2030년까지 급격한 전기요금 인상 없이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로 맞추는 게 가능하다”고 말했다. 백 후보자가 말한 자료는 EIA가 지난 4월 펴낸 ‘2017년 에너지 전망’이다. 미국에서 2022년부터 가동될 최신 발전소들의 발전단가를 추정한 것이다.

풍력 발전단가가 메가와트시(㎿h)당 52.2달러, 태양광이 66.8달러인 데 비해 원전은 99.1달러였다. 5년 뒤에는 태양광과 풍력의 발전단가가 원자력보다 훨씬 싸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한국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한다. 한 에너지 관련학과 교수는 “미국은 국토 면적이 우리보다 100배 넓고 캘리포니아주 한 곳에서만 태양광으로 원전 5기에 해당하는 5기가와트(GW)의 전력을 생산한다”고 말했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미국은 한국보다 원전 건설비가 3~4배 비싸다”고 말했다. 미국의 원전 발전단가가 높은 것은 1979년 스리마일 원전 사고 이후 30년가량 원전을 짓지 않으면서 원전 생태계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익명을 원한 에너지 전문가는 “오바마 정부가 2010년 원전 건설을 다시 승인했지만 무너진 원전 생태계가 복원되지 않은 탓에 미국은 원전 부품을 해외에서 조달한다”며 “원전 부품을 대부분 자급자족하는 한국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태양광, 원전 70배 땅 필요

신재생에너지업계에서조차 “정부가 제시한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고 고개를 흔드는 경우가 많다. 업계 관계자는 “원전 1기가 보통 1GW 이상인데 풍력발전소는 보통 60㎿”라며 “원전 1기를 대체하려면 풍력발전소가 17개 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전은 24시간 돌릴 수 있지만 풍력이나 태양광은 바람과 일조량에 따라 제대로 돌지 않을 때가 많다. 이 같은 이유로 산업부는 신재생에너지로 원전만큼 전기를 생산하려면 보통 발전용량보다 5배의 설비가 필요하다는 자료를 내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산업부 자료를 기준으로 보면 원전 1기를 대체하려면 풍력발전소를 100개가량 지어야 하는데 인허가 과정에서 산림 훼손과 소음으로 재산상 피해를 우려하는 주민 반대에 부닥치기 일쑤”라고 말했다.

태양광은 열섬 현상과 빛반사가 단점이다. 최근 한 업체가 충북 음성에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하려다 “복숭아 등 농산물에 피해를 줄 수 있다”며 극렬한 반대에 부딪히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주민이 찬성하더라도 땅값이 비싸 신재생발전소를 대규모로 설치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했다.

한국원자력문화재단에 따르면 1GW 발전설비 용량에 필요한 면적은 국내 기준으로 원전이 60만㎡지만 태양광은 이보다 73배 넓은 44㎢, 풍력은 336배인 202㎢가 필요하다.

1GW 생산을 위해 원전은 여의도 면적(2.9㎢)의 20%만 있으면 되지만 태양광은 여의도의 15배, 풍력은 70배의 땅이 필요하다. 미국도 태양광은 원전보다 최대 59배, 풍력은 최대 283배의 땅이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태훈/주용석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