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취임 이후 줄곧 양복 상의에 달고 다니던 ‘장관 배지’를 떼고 있었다. 공정거래위원회엔 정식으로 ‘휴가’를 내고 장관급에게 제공되는 검은색 관용차 대신 개인 소유 준중형 승용차를 직접 몰고 왔다. 김 위원장은 “공정거래위원장으로서가 아니라 한국사회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나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이 같은 행보는 기업의 불공정행위를 조사·제재하는 공정거래위원장이 특정 기업과 관련된 재판에 증인으로 참석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일부의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오후 1시40분께 법정에 모습을 드러낸 김 위원장은 “지난 2월 특검에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했을 때와 달리 현재 공정거래위원장을 맡고 있는 것이 재판의 증인으로 나서는 것과 서로 충돌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며 “하지만 그런 우려를 뛰어넘어 시민의 자격으로 나서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증인 출석에 대해 신중한 의견을 낸 일부 공정위 관료에게도 “마음을 굳게 먹었고, 우리 사회를 위해 증인으로 출석하겠다는 마음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지난 2월 특검에서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등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밀접한 연관이 있음을 증언해 삼성이 대가를 바라고 최순실 씨 모녀를 지원했다는 특검의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데 일정 역할을 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