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급법 위반 제재 79% 중소사업자…정부에 무조건적 보호 요청은 모순"
"대기업과 대등한 협상 가능토록 하겠다…"대기업·중기 윈윈생태계 조성"
공정위원장 취임 후 中企·소상공인 단체장 첫 만남
김상조 "중소기업도 변해야"…'을의 갑질'에도 쓴소리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3일 취임 후 처음으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연합회 등 중소사업자 단체장을 만나 현장의 애로 사항을 들었다.

김 위원장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대기업과 '갑을' 관계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하면서도 중소사업자들도 더 작은 영세사업자를 대상으로 불공정행위를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단체장들은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등 불공정 거래 근절을 건의했다.

김 위원장은 "중소사업자들이 더 작은 영세사업자들을 대상으로 불공정행위를 하면서 정부에 무조건적인 보호를 요청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날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중소기업중앙회, 소상공인연합회, 중견기업연합회 등 3개 단체 회장·임원진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중소기업이 지켜야 하는 바를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김 위원장은 "사업자단체는 회원사들의 권익을 증진하는 이익단체 역할을 해야 한다"며 "회원사들이 스스로 법을 준수하고 모범적인 경영 관행을 실천하도록 하는 자율규제기구(SRO)로서의 역할도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단체가 전체 회원사의 이익을 공정하고 공평하게 대변하고 있는지, 또 일부 회원사가 보이는 잘못된 경영 관행을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윤리규범을 제정해 보급해야 한다"며 "그 전제는 사업자단체 자체의 지배구조를 더욱 투명하도록 개선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공정위의 중소·중견기업과 소상공인의 권익 제고를 위한 노력이 국민의 기대와 요구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했다며, '솜방망이 제재' 이미지를 탈피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중소사업자의 지위와 협상력을 높여 대기업과 대등하게 거래단가와 조건을 협상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대기업과 중소사업자들이 '윈윈'하는 상생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또 영세기업이 중소기업, 중견기업, 대기업 등 상위 단계로 성장하는 사례가 매우 드문 점을 언급하며, 이처럼 성장 사다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생태계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을'들이 대기업과 대등한 협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단순히 을을 보호하는 차원을 넘어서 우리 경제가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구체적으로는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노무비가 변동되는 경우 납품단가 조정 신청 및 협의 대상에 포함하고, 부당 단가인하와 교섭력 약화의 원인이 되는 전속거래 구조를 개선해 납품단가가 공정하게 결정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는 "대기업의 불공정행위를 철저히 감시하고 법 위반에 대해서는 엄중히 제재하겠다"며 "경제·사회적 약자들이 대기업의 갑질로부터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를 위해 '법 집행체제 개선' 태스크포스(TF)를 통해 과징금 부과 등 행정적 제재를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확대하는 등의 역할을 하겠다고 제시했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은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와 납품단가 후려치기,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 등 대·중소기업 간 갑을 관계 개선을 건의했다.

강호갑 중견기업연합회장은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 방침에 대해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고발 사태가 많아질 것으로 우려된다"면서 폐지 반대 의사를 밝혔다.

전속고발권은 공정거래 관련 사건에 대해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 기소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최근 공정위가 검찰의 요청으로 정우현 전 MP그룹 회장을 '뒷북' 고발한 사실이 알려져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 여부가 논란이 된 바 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내부에서도 갑을 관계 개선을 위해 자정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세종연합뉴스) 박성진 이대희 기자 sungjin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