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하게 상속세 내는 게 맞다"…세아그룹 3세들 잇단 지분 매각
철강업계 3위인 세아그룹의 오너 3세들이 상속세 납부를 위해 잇따라 주식을 매각하고 있다. 최고세율 50%에 달하는 상속세를 피하기 위해 변칙 상속을 시도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1400억~1500억원의 세금을 납부하는 ‘정공법’을 택한 것이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세아그룹 오너 3세이자 고(故) 이운형 세아그룹 회장의 차녀인 플로이에 일레인 리(한국명 이호성) 씨는 지난 12일 보유하고 있던 세아제강 주식 2만7192주(지분율 0.45%)를 전량 매각했다. 매각 가격은 26억원 수준이다.

이 회장의 장남인 이태성 세아베스틸 대표 겸 세아홀딩스 전무(사진)도 2014년부터 올초까지 세아제강 주식을 10여 차례 매각해 지분율이 19.1%에서 13.11%로 떨어졌다. 이를 통해 310억원가량을 마련했다. 이 대표는 지난 1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상속세 확보를 위한 매각이 맞다”며 “대출 등 여러 방법을 통해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너로서 주식을 팔기는 싫지만 (상속세 납부를) 투명하게 하려면 다른 방법이 없다”며 “내년까지 상속세 전액을 납부하겠다”고 강조했다.

2013년 이 회장의 갑작스런 별세로 주식 부동산 등 자산을 물려받은 세아그룹 오너 3세들은 내야 할 상속세가 총 1400억~1500억원에 달한다. 역대 상속세 납부 순위로는 신용호 교보생명 명예회장 유족(1830억원)에 이어 두 번째다. 상속세 90%는 세아그룹의 특수강 계열사 경영을 총괄하는 이 대표에게 집중됐다. 이 대표는 2018년까지 5년에 걸쳐 상속세를 분할 납부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1000억원을 냈다. 국세청으로부터 2016년 모범납세자상도 받았다.

이 회장은 생전에도 세금 정상 납부를 강조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30위권인 세아그룹은 오너 경영진이 수행비서를 두지 않고 의전받는 것을 최소화하는 등 독특한 문화를 갖고 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