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저승사자’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국의 부활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곳은 4대 그룹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재벌개혁’ 공약에 따라 공정위가 4대 그룹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일감 몰아주기 조사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과거 조사국의 타깃도 소수 대기업에 집중됐다. 1998~2005년 재계에서 ‘부당 내부거래 금지’ 명목으로 무소불위의 칼을 휘두른 조사국은 당시 기업들이 상상하기 힘든 금액이던 총 2500억원 상당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현대중공업 삼성카드 LG상사 SK글로벌 등 재벌 계열사에 대한 검찰 고발 카드도 아끼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의 조사국도 4대 그룹에 집중적으로 ‘메스’를 들이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공정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지난 3월 신영선 공정위 부위원장은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 후 일감 몰아주기 감시 대상 업체 225곳을 공개했다. 공정위가 앞으로 유심히 지켜볼 테니 조심하라는 ‘사전 경고’의 의미였다. 목록엔 삼성물산, 현대오토에버, SK D&D, 지주사 LG 등 4대 그룹 계열사가 대거 포함됐다. 공정위가 일감 몰아주기로 CJ, 한진 등을 제재한 적은 있지만 4대 그룹은 조사를 받은 적이 없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 적용 대상을 ‘총수일가 지분 30% 이상인 상장사’에서 ‘20%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을 밝힌 것도 4대 그룹에 부담이다. 이렇게 되면 삼성생명(총수 일가 지분율 20.82%), 이노션(29.99%), 글로비스(29.99%) 등이 새롭게 공정위의 칼날 앞에 서게 된다.

전문가들은 경영상의 필요나 효율성 때문에 계열사 간 내부거래를 하는 사례가 대다수인데 재벌개혁 분위기에 휩쓸려 규제 일변도 정책을 꺼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