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숙 대표가 최근 선보인 스마트 도어록 ‘키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정은 기자
유인숙 대표가 최근 선보인 스마트 도어록 ‘키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정은 기자
1992년 경영지원부 대리로 입사했다. 말수가 적고 내성적인 여직원이었으나 일할 때는 저돌적이어서 여장부로 통했다. 윗사람에게 직언도 서슴지 않았다. 꼼꼼하면서도 투명한 일처리로 관련 업계에서 ‘야무지다’고 소문났다. 그를 쭉 눈여겨본 창업자(김승찬 회장)는 15년 만에 그를 대표이사 자리에 앉혔다. 직원에게 회사를 맡기는 건 중소기업에서 흔치 않은 일이다. 2007년부터 가드텍을 이끌고 있는 유인숙 대표 이야기다. 가드텍은 1984년 설립된 토종 보안업체다.

◆사내벤처로 B2C 승부수

입사 15년만에 CEO 오른 보안업계 '똑순이'
에스원 등 대기업이 주도하는 보안시장에서 고전하던 가드텍은 2년 전 새로운 실험을 시작했다. 중소기업으로서는 드물게 사내벤처를 만들고 신사업에 도전장을 냈다. 유 대표는 “사내 공모를 통해 젊은 직원 10명으로 꾸려진 ‘키위(KeyWe)’ 사내벤처를 출범시켰다”며 “10억원을 투자해 보안 기술력에 사물인터넷(IoT)을 접목시켰다”고 설명했다.

2년간의 개발을 거쳐 지난해 말 IoT 기반 디지털 도어록 키위를 선보였다. 사각형으로 된 대부분의 도어록과는 반대로 귀여운 동그라미 모양으로 디자인했다. 블루투스로 구동되는 스마트 도어록으로 스마트폰 운영체계(앱)를 통해 제어할 수 있다. 현관문 근처에 가면 자동으로 문이 열린다. 휴대폰을 문에 대도 된다. 자녀의 귀가 시간을 알람으로 알려주며 과거 출입 기록도 조회된다. 우리집뿐 아니라 부모님댁, 사무실 등 여러 개의 문을 통제할 수 있다.

유 대표는 “기업 간 거래(B2B) 사업만 해 왔는데 이젠 자체 브랜드 키위로 일반 소비자를 직접 만나며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며 “출시 이후 아직 이렇다 할 홍보를 하지 않았는데도 입소문이 나서 판매량이 늘고 있고 인도 등에 수출도 시작했다”고 말했다. 키위 앱(응용프로그램)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능을 추가해 ‘가족만의 카톡’으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오랜 노하우와 기술력

가드텍만의 경쟁력은 오랜 업력에서 비롯된 기술력과 노하우다. 주력 사업은 무선주파수 인식시스템(RFID)을 통한 출입 통제 보안이다. 2002년 가드텍이 국산화해 국내 최초로 내놓은 ‘아큐뱅크’는 기존 제품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가 500배 이상 빠른 인터넷 네트워크 프로토콜(TCP/IP) 방식의 통합보안 관리시스템이다. 후속작인 ‘AX’는 우수성을 인정받아 국내 주요 공항의 보안설비로 쓰이고 있다.

유 대표는 “가드텍은 출입자를 통제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시스템 개발부터 컨설팅, 애프터서비스(사후관리)까지 종합 솔루션 사업을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중소 보안업체”라며 “기술력을 인정받아 청와대와 국회, 정부대전청사를 비롯한 공공기관과 LG, 현대, SK, 롯데 등 대기업에 시스템을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키위 도어록을 시작으로 홈카메라 등 다양한 홈오토메이션 제품을 잇따라 출시할 예정이다.

그는 창립 34주년을 맞아 얼마 전 기업이미지(CI)를 바꾸고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했다. ‘재도약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각오에서다. 직원 32명 중 연구개발(R&D) 인력은 10명이다. “중소기업으로 살아남으려면 자체 기술력을 갖춰야 한다”는 게 유 대표의 철학이다. 유 대표는 “보안의 기본 정신은 ‘행복을 위해 지켜주는 것’”이라며 “끊임없는 투자와 혁신을 통해 직원이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세계적인 강소기업으로 크고 싶다”고 말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