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 흔드는 '정치 리스크'] 중국 외환보유액 3조달러 붕괴…'자본유출 통제' 고삐 죄나
중국의 외환보유액이 지난 1월 말 2조9982억달러를 기록했다고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7일 발표했다. 외환시장에서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겼던 3조달러가 끝내 붕괴됐다. 외환보유액이 3조달러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11년 2월 말 이후 5년11개월 만이다.

중국 외환보유액은 2014년 6월 4조달러를 기록한 뒤 줄곧 감소세를 보였다. 작년 12월에는 3조100억달러까지 줄어들었다. 지속적인 위안화 가치 하락으로 중국을 떠나는 외화자금이 급증한 탓이다. 위안화 약세를 막기 위해 인민은행이 달러 매도 개입에 나선 것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초만 해도 인민은행은 3조달러 선을 사수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3조달러 선까지 무너지면 위안화 추가 약세에 대한 우려가 증폭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외환보유액이 3조달러 아래로 떨어진 것은 중국 정부가 3조달러 지키기에 연연하지 않는 쪽으로 상황을 정리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의 적정 외환보유액으로 2조6000억~2조8000억달러를 권고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3조달러 선 붕괴를 용인한 것은 최근 달러화가 주요국 통화에 대해 약세로 돌아서면서 위안화 가치 하락세도 진정 국면에 접어든 것과 관련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세계 주요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달 3일 103.210까지 치솟았지만 지난 1일에는 99.641까지 떨어졌다. 지난달 달러당 6.9615위안까지 하락했던 위안화 가치도 최근 6.8위안대로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외환보유액 감소 추세가 장기간 이어지면 중국 금융시장 안정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위안화 약세를 방어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외환보유액 감소가 외환시장 관계자들의 불안감을 부추겨 되레 위안화 약세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블룸버그통신은 “위안화 약세 기대로 인한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향후 중국 정부가 외환 거래에 대한 통제의 고삐를 더 바짝 죌 수 있다”고 내다봤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