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 포스코 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권오준 회장이 연임에 성공해 포스코그룹을 3년 더 이끌게 됐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연루 의혹이라는 문턱을 넘고 사업 구조조정과 실적 개선의 성과를 인정받은 결과다. 포스코 이사회는 25일 권 회장을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회장 단독 후보로 추천하기로 의결했다.

▶본지 1월25일자 A1면 참조

포스코는 다음달 초 대대적인 인사를 단행해 ‘권오준 체제 2기’의 진용을 짤 계획이다. 권 회장이 연임에 성공했지만 앞길이 탄탄대로인 것만은 아니다. △정치적 리스크 해소 △보호무역주의 대비 △구조조정 마무리 △신성장동력 확보 △4차 산업혁명 대응 등 산적한 과제가 많기 때문이다.

◆보호무역주의 등 넘어야 할 산 많아

권 회장이 2014년 포스코 회장으로 선임될 때부터 “정권 실세와 친하다”는 꼬리표를 달았다. 올해 새 정부가 출범한다면 떼어내야 할 과제다. 뚜렷한 지배주주가 없는 포스코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회장이 교체되는 경우가 많았다. 권 회장은 정치적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 다음달 초로 예정된 정기인사에서 전문성 중심의 인사로 새 진용을 갖출 것으로 보인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연루 의혹과 관련해 포스코 전현직 임원을 줄소환할 예정이라는 점도 부담이다. 권 회장은 최씨 측의 포스코 광고계열사 포레카 강탈 시도, 배드민턴팀 창단 강요 등에 굴하지 않고 ‘외풍’을 막아냈다고 자부하고 있다. 포스코는 지배구조가 흔들리는 것에 대비하기 위해 CEO 후보군을 미리 뽑아 경쟁시키는 ‘제너럴일렉트릭(GE)식 후계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연임 성공한 권오준 '다섯개의 화살' 쏴라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관세 폭탄’ ‘환율 전쟁’도 포스코가 헤쳐나가야 할 과제다. 미국이 세계 최대 무역 동맹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하고 관세 장벽을 높게 쌓으려는 것도 포스코의 미국 수출에 ‘먹구름’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포스코의 대미(對美) 수출 물량은 열연, 냉연, 강관 등 연간 400만t에 달한다. 높아진 환율 변동성이나 금리 상승 기조에도 대비해야 한다.

◆구조조정·미래 먹거리 찾기

권 회장은 지난 3년간 전임 회장이 벌여놓은 부실 계열사와 사업을 정리하는 데 주력했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149건의 부실 계열사·자산 정리 목표를 세웠고 현재 80%가량을 이행했다. 구조조정은 올해 마무리될 예정이지만 해외법인이 문제다.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제철소를 비롯해 일부 계열사의 해외법인도 아직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해외 진출 목적의 장기적 투자이기 때문에 당장 손실을 본다고 매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구조조정을 마무리한 권 회장의 관심은 ‘신성장동력 찾기’에 꽂혀 있다. 세계적인 철강산업의 공급과잉과 수요산업 부진에 따라 새로운 먹거리를 찾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포스코는 미래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지난해보다 1조원(연결기준) 늘어난 3조5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포스코는 전기차와 소재산업에서 해답을 찾았다. 차체 경량화에 필요한 고강도 강판과 마그네슘 판재 개발 및 판매에 주력하기로 했다. 또 고순도 배터리용 탄산리튬 공장을 다음달 준공해 향후 4만t까지 양산할 계획이다.

미래형 전기차 부문에서는 자동차용 강판 및 전기강판(포스코)부터 리튬이온배터리 소재(포스코, 포스코켐텍), 전기차 모터의 핵심인 모터코어(포스코P&S)까지 모두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경영 효율화를 위해 광양제철소 후판공장을 ‘스마트팩토리’로 조성 중인 포스코는 제조과정에 접목한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고객 판매, 물류와 연결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