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고 있는 가스 발전소 넘치는데…미국산 셰일가스 더 사오라고?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3일 “미국과 셰일가스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가스업계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주문하자 가스업계 일부에선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주 장관의 주문은 한국가스공사, SK E&S, GS에너지, SK가스, E1 사장들과의 회동에서 나왔다.

주 장관은 이날 “미국 트럼프 정부가 셰일가스 수출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우리 기업의 셰일가스분야 협력을 적극 지원 하겠다”고 강조했다. 가스업계는 주 장관의 발언을 ‘국내 가스업계가 미국 셰일가스를 더 도입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가스업계 관계자들은 “지금도 놀고 있는 가스발전소가 수두룩한데 셰일가스를 더 들여오라는 건 앞뒤가 안 맞는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셰일가스는 대부분 액화천연가스(LNG)로 LNG발전에 쓰인다. LNG발전소가 ‘팡팡’ 돌아간다면 업계가 셰일가스 도입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국내 LNG발전소 가동률은 올 상반기 평균 36%에 그쳤다. 역대 최저 수준이다. 일부 발전소는 가동률이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석탄발전소 가동이 늘면서 LNG발전소 가동률은 2013년 67%, 2014년 53%, 지난해 40%로 계속 추락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계약 물량외에 미국산 셰일가스 도입을 더 늘릴 이유가 없다는 게 LNG발전사들의 설명이다.

남는 셰일가스를 도시가스 회사에라도 팔 수 있으면 또 모른다. 하지만 이마저도 ‘철벽 규제’에 막혀 있다. 현행법상 LNG발전사가 수입한 LNG는 자체 발전소 가동에만 쓸 수 있다. 도시가스 회사에 LNG를 팔 수 있는 곳은 한국가스공사뿐이다. 산업부는 이런 문제점을 고치기 위해 과거 ‘발전사가 사온 LNG의 10%를 도시가스 회사에 팔 수 있게 하자’는 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가스공사 노조의 반발로 법안 도입은 무산됐다.

물론 트럼프 정부 출범을 앞두고 주무장관이 대응책을 찾는 건 당연한 일이다. 미국산 셰일가스 도입을 늘리면 과도한 대미(對美) 무역흑자를 줄여 한·미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현실과 부합할 때 얘기다.

가스발전소가 놀고 있고 남는 가스를 팔 곳도 없는데 가스 도입을 더 늘릴 기업이 어디 있겠나. “트럼프 정부 출범을 앞두고 정부가 뭔가 보여주려고 쇼를 하는 것 같다”는 냉소적인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