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은감위, 중소은행 WMP 등 그림자금융 규제 강화

중국 은행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전 서구 은행들이 했던 것과 유사한 자금조달 행태를 보여 리먼 브러더스식 금융시스템 붕괴를 불러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중국은행들은 대출·부채 증가속도가 예금 증가속도를 웃돌자 차액을 다른 은행 대출이나 자산관리상품(WMP)을 통해 메우고 있는 게 특히 걱정되는 부분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24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 상업은행의 예금 대비 민간부문 신용잔액 비율은 지난 3월 말 117%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말 84%에 비해 급격히 증가했다.

이는 미국의 181%나 EU의 178%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지만, 급격한 증가세는 우려스러운 수준이라고 애널리스트들은 분석했다.

중국의 부채가 급증하고 있다는 데 대한 우려는 널리 퍼졌지만, 그동안에는 보유 자산의 디폴트 위험이 커지면서 은행 자산의 질이 낮아지는 데 대한 우려가 대부분이었다.

이보다는 은행의 자체 부채에서 오는 위험이 더 크다고 애널리스트들은 지적했다.

조너선 앤더슨 이머징 어드바이저스 그룹 대표는 "진짜 문제는 부채의 규모가 아니라 부채의 '배관작업'이 어떻게 이뤄졌는지다"면서 "중국에 금융위기가 온다면 이 부문에서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은행들은 전통적으로 가계와 기업의 예금을 기반으로 대출이나 다른 투자를 해왔지만, 예금 증가속도가 대출이나 부채의 증가속도를 못 따라잡으면서 추세가 바뀌었다.

은행들은 둘 사이의 격차를 메우기 위해 훨씬 안정적이지 못한 자금조달에 나서고 있다.

대형은행으로부터 은행 간 대출을 받거나 소위 WMP에 의존하는 것이다.

WMP는 은행예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약정한 구조화 채권으로, 은행들이 신탁이나 증권사, 자산운용사와 협력 하에 만드는 상품이다.

은행들은 WMP로 모집된 자금 중 일부는 부동산 개발업자나 광산, 공장 등 기업대출에 활용하지만, 대부분은 단기금융시장에 투자한다.

단기금융시장 자금은 환매조건부채권(RP)이나 은행 간 알선에 활용된다.

샤를레네 추 어타너머스 리서치 선임파트너는 "2009∼2010년부터 중국 중소형 은행들은 사업하기 위해 다른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기 시작하는 형태로 전환했다"면서 "금융부문이 압박에 직면하게 된다면 이는 변동성을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경우 단기금융시장 유동성은 증발하고, 상호대출에만 의존해야 하므로 은행들이 WMP에서의 자금유출을 견뎌낼 수 없을 것이라는 게 FT의 전망이다.

이는 2008년 미국의 인기 머니마켓펀드(MMF)였던 프라이머리 리저브 펀드가 리먼 브러더스가 발행한 단기 기업어음(CP) 때문에 손실을 봤던 것과 유사한 시나리오다.

이 펀드의 가치가 폭락하자 위험이 없다고 생각한 상품에서도 손실을 볼 수 있다는 공포에 사로잡힌 다른 MMF 투자자들도 대거 돈을 빼면서 해당 펀드들은 갑자기 은행과 기업으로부터 자금을 회수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앤더슨 대표는 "비은행 금융기관들의 고립된 발작도 은행시스템을 마비시킬 수 있다"면서 "거래상대방 위험에 대한 공포가 커지면서, 유동성을 비축하는 추세가 강화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크리스틴 쿼 무디스 선임부회장은 "은행들은 점점 잠재적 거래상대방 위험에 민감해지고 있다"면서 "이는 나쁜 뉴스에 따른 집단반응을 극대화해 금융시스템의 유동성이 급격히 축소되게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와 관련, 중국은행업감독관리위원회(CBRC·은감위)는 23일 WMP 등 장부 외에서 관리되는 '그림자금융'에 대한 규제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은감위는 11장짜리 규제안에서 중소 지역 은행을 중심으로 규제 대상 장부외 상품을 적시하고, 위험 관리를 강화하라고 강조했다.

CBRC에 따르면 중국의 WMP 규모는 6월 말 현재 26조3천억 위안으로 올해 초보다 11.83% 늘었다.

이는 중국 한해 국내총생산(GDP)의 37%에 해당하는 규모다.

WMP 중 77%는 장부 외에서 관리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yuls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