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최순실 게이트'로 다시 주목받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작년 합병 과정에서 찬성표를 던지고 지금까지 본 평가손실액이 5천9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재벌닷컴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보유한 합병 삼성물산 보유 주식가치는 지난 17일 종가 기준 1조5천186억원으로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전의 양사 지분가치(2조1천50억원)와 비교해 27.86%(5천865억원) 쪼그라들었다.

합병 전 양사 지분가치는 매수청구권 행사 가격 기준으로 산정했다.

국민연금은 작년 7월 두 회사가 합병하기 직전에 옛 삼성물산 지분 11.61%와 제일모직 지분 5.04%를 보유했다.

합병 후 출범한 삼성물산 지분으로 현재 5.78%를 들고 있다.

국민연금은 제일모직보다 옛 삼성물산 보유 지분이 더 많은 상황에서 합병비율이 제일모직 1주당 옛 삼성물산 0.35주로 결정되는 바람에 다른 주주들과 비교해 손실률이 더 높을 수밖에 없다.

옛 삼성물산의 지분을 더 많이 갖고 있었던 삼성SDI, 삼성화재 등 삼성 계열사들과 삼성 측 '백기사' 역할을 맡았던 KCC도 옛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불리하게 책정된 합병비율로 인해 현재 10%가 넘는 평가손실을 보고 있다.

그러나 합병 당시 제일모직 지분만 23.24% 갖고 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현재 평가손실이 7.8% 수준이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 부문 사장의 손실률도 각각 11.5%로 국민연금보다 낮은 편이다.

국민연금이 합병 전의 지분가치를 회복하려면 통합 삼성물산 주가가 19만1천원을 넘어야 한다.

그러나 통합 삼성물산 주가는 합병일인 작년 9월 1일 이후 한 차례도 17만원을 넘지 못했다.

최근 '최순실 게이트'와 맞물려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 결정을 두고 논란이 재점화했다.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행사하는 과정에 청와대와 당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의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경제개혁연대는 "국민연금이 500조원이 넘는 국민의 연금재산을 재벌 경영권 승계와 정권 비선 실세의 사익을 위해 오용해 막대한 손실을 냈다"며 삼성물산 합병 안건에 찬성 결정한 투자위원회 회의록 공개를 촉구했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합병 건과 관련해 "합병에 따른 기대 효익과 기금 포트폴리오 내 영향, 여러 논란과 관심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장기 수익 제고를 통한 연금재정의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주어진 원칙과 절차, 지침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한편 국민연금은 지난해 6월 합병안에 반대했던 SK㈜)와 SK C&C 보유 주식에선 수익을 올리고 있다.

국민연금이 현재 보유한 합병 SK 주식 자산은 1조2천994억원어치로 합병 직전 SK와 SK C&C를 합친 보유 주식 가치(1조2천970억원)보다 0.18% 늘어났다.

국민연금은 합병 직전 SK 지분 7.19%와 SK C&C 지분 6.9%를 보유했다.

합병 후 출범한 SK 지분은 7.39%를 갖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기자 indig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