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보호무역·고립주의 핵심의제 관측
폐기 위기 TPP 후속방안도 거론 예상

제24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오는 19일(현지시간)부터 이틀간 페루 리마에서 열린다.

이번 정상회의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주요 회원국 정상들이 참석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대신 참석, 세계 경제의 저성장과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구조개혁과 혁신 ▲서비스산업 경쟁력 제고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 확대 ▲아태자유무역지대(FTAAP) 추진 등을 제안할 계획이다.

올해 APEC 정상회의에서는 '질적 성장과 인적 개발'이라는 주제 아래 차기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정치·경제 정책을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적으로 APEC 정상회의는 당면한 국제 정치·경제 현안을 다루기 때문이다.

지난해 정상회의에서는 테러, 2008년에는 세계 금융위기 등 그해의 당면 현안이 논의됐다.

AP통신은 자유무역주의에 적대감을 보인 트럼프 당선인이 올해 APEC 정상회의의 화두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AFP 통신도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 내 일자리를 보호하기 위해 자유무역협정(FTA)을 재협상하거나 철회할 것이라고 공약하는 바람에 전후 세계 질서에 불확실성을 던져줬다고 진단했다.

에두아르도 페드로사 태평양경제협력회의(PECC) 사무총장은 "APEC 정상들이 트럼프의 반 자유무역 주장들에 대응하기 위한 강력한 성명을 도출할지 세계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경제계는 오바마 대통령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대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개정 및 탈퇴, 불법 이민자 추방, 파리 기후변화협약 탈퇴 등 트럼프 당선인이 내놓은 공약들에 대한 불편한 질문에 대응해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특히 트럼프 당선인이 주창한 보호무역주의가 단시일 내에 미국의 경제를 진작시킬 수는 있지만, 세계의 경제성장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국제금융협회는 트럼프 당선인이 강력한 교역 상대국인 중국과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멕시코에 보복 관세를 부과할 경우 긴장이 고조되면서 세계적인 무역 전쟁이 일어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예견한 바 있다.

트럼프는 중국과 멕시코산 제품에 45∼35%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공약했다.

위기에 처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대체할 새로운 무역협정도 집중적으로 거론될 전망이다.

트럼프는 대선 기간 내내 TPP를 '최악의 협정'이라고 비판했다.

미국이 주도하던 TPP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파기 공약에 이어 차기 정부가 최우선 과제로 TPP 폐기를 공식화하면서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고 있다.

TPP 회원국인 페루가 중국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가입 협상을 벌이는 등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RCEP는 중국의 주도로 한국, 일본, 인도, 호주, 뉴질랜드,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등 16개국이 참여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하나의 자유무역지대로 통합하는 협정으로 연내 타결을 목표로 협상이 진행 중이다.

트럼프 당선 이후 변화할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안보 문제 역시 핵심 의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미국은 그간 중동 등 세계 각지에서 경찰 역할을 해왔지만, 고립주의를 천명한 트럼프가 당선된 터라 역할 변화가 점쳐지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과 동맹국들로부터 불신을 받아온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도 우호적인 입장을 보여 회원국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

무엇보다 아시아 지역에서 북핵 문제를 둘러싼 미국의 역할 축소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이에 따라 오는 19일로 예정된 오바마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간의 정상회담에서는 북핵 문제가 핵심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두 정상간의 만남에서는 남중국해 문제나 무역 갈등 등이 논의될 가능성도 있다.

아시아·태평양 연안 국가들의 경제·사회적 협력을 목표로 1989년 공식 출범한 APEC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60%, 세계 인구의 약 40%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의 지역협력체다.

1993년부터 매년 21개 회원국을 돌아가며 정상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penpia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