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나타난 강(强)달러에 글로벌 기업들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7일 보도했다.

강달러 피해 기업으로는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미국 기업이 꼽힌다. 스마트폰 제조사인 애플이 대표적이다. 애플은 미국 밖에서 매출의 3분의 2를 벌어들인다. 중국과 유럽 등의 현지 통화를 달러로 환산하는 과정에서 매출과 이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샴푸와 치약, 면도기 등을 판매하는 미국 소비재 기업 P&G도 마찬가지다. P&G는 매출의 50% 이상을 해외에서 올린다. 제품 판매 가격을 올려 달러 강세로 인한 이익 감소를 상쇄할 순 있다. 대신 독일 헨켈, 일본 유니참 등 경쟁사에 시장 점유율을 빼앗길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미국 가전업체 월풀은 이중고를 맞았다. 달러 강세로 삼성 LG 등 해외 기업과의 경쟁이 힘겨워지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소비자가 지갑을 여는 것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FT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와 각종 선거 결과 등에 미래가 불확실해지면서 소비자들이 가전제품 구입과 같은 지출을 미루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달러 강세로 수혜가 예상되는 곳은 미국에서 돈을 버는 해외 기업이다. 독일 자동차기업 BMW가 그렇다. BMW가 미국에서 파는 자동차는 27%만 미국에서 제조된다. 나머지는 유럽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수출된다. BMW는 달러 수입을 유로로 환산하는 과정에서 이익이 늘어나고, 유럽에서의 생산 비용이 상대적으로 싸지는 효과를 동시에 누릴 수 있다.

영국 석유기업인 BP와 로열더치셸은 달러 배당금을 파운드화로 환산해 지급받는 영국 주주에 한해 강달러가 득이 되는 독특한 사례다. 달러와 원유 가격은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어 달러 강세는 석유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