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시장 사업조직 전진배치·중간지주회사·리소스풀링 등 제안 쏟아져
최태원 "성과 나오기 전까지 돌아오지 않겠다는 각오로 임해야"
경기도 합숙 세미나서 계열사별 혁신방향 점검

SK그룹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사업모델 혁신과 지속 성장을 위해 기존 사업과 조직, 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꾸기로 의견을 모았다.

최태원 회장과 SK 관계사 CEO들은 지난 12일부터 2박 3일간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진행한 CEO 세미나에서 독하게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14일 SK그룹이 밝혔다.

각 관계사는 최 회장이 지난 6월 확대경영회의에서 주문한 변화와 혁신을 위해 ▲산업을 선도하거나 판을 바꿀 사업모델 구축 ▲치열한 문제 해결 등 실행력 제고 ▲글로벌 인재 확보와 핵심인재 육성 ▲글로벌 영토 확장을 위한 기술력 확보 ▲임직원 역량을 최적화할 업무환경 도입 등의 과제를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앞서 최 회장은 확대경영회의에서 "변화하지 않는 기업은 서든데스(갑작스러운 죽음)가 될 수 있다"며 각 계열사 CEO가 사업·조직·문화의 구체적인 변화와 실천계획을 이번 세미나 때까지 정하고 내년도 경영계획에 반영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세미나는 CEO들의 개별 발표와 토의로 진행됐다.

CEO들은 ▲과감한 M&A를 통한 신성장동력 확보 ▲중국,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 주요 사업조직 전진 배치 ▲핵심 사업의 글로벌 파트너링 강화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IoT(사물인터넷)·AI(인공지능) 등 신기술 확보를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관계사는 경쟁력을 확보한 분야를 중심으로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 영역을 발굴해 장기적으로 중간지주회사 도입과 같은 회사의 지배구조까지 바꾸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자산 효율화를 위해 관계사들의 자산을 합쳐 사업에 나서는 '리소스 풀링(Resource Pooling)'을 시행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혁신과 변화를 위해 일하는 방식의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고 각 관계사의 사업 특성과 인적 구성, 근무 형태에 맞는 인적자원(HR) 시스템을 자율적으로 도입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종전의 연공서열식 평가·보상 체계를 성과 중심으로 바꾸고 회의·보고문화 개선, 복장 자율화, 자율업무시간 등을 시행하기로 했다.

최 회장은 세미나에서 "리더는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자기 초월성이 있어야 한다"면서 "근본적 혁신의 방향성과 방법을 그려낼 설계능력을 갖춘 뒤 끈질기고 열정적이면서 자기희생적으로 임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글로벌 사업이 성과를 보이기 위해서는 사업을 담당하는 임직원만이 아닌 CEO나 CEO 후보군이 직접 글로벌 현장에 나가야 하며, 성과가 나오기 전까지 돌아오지 않겠다는 각오로 임해달라"고 주문했다고 SK그룹은 전했다.

CEO들은 그룹의 기업문화인 SKMS(SK경영관리체계)도 환경변화에 맞게 개정하기로 했다.

최 회장은 "기존의 관행을 깨고 과감하게 실행하는 패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개정 SKMS에서는 이 패기를 리더와 구성원이 갖추고 솔선수범해야 할 자질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세미나에는 최 회장과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포함해 정철길 에너지·화학위원장(SK이노베이션 부회장 겸임), 임형규 ICT위원장, 유정준 글로벌성장위원장(SK E&S 사장 겸임) 등 7개 위원회 위원장과 장동현 SK텔레콤 사장, 문종훈 SK네트웍스 사장,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 등 16개 주력 관계사 CEO와 관련 임원 등 40여명이 참석했다.

SK커뮤니케이션위원회 이만우 PR팀장(부사장)은 "이번 CEO세미나는 변화가 더 이상 계획에 머무르지 않고 그룹 전체가 실천에 나서는 방향으로 첫발을 내디뎠다는 데 의미가 있다"면서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혁신방향은 각사 사업계획 등에 반영돼 단계적으로 실행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blueke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