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중앙은행들이 비트코인과 비슷한 전자화폐 기술을 도입하려 한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앙은행은 비트코인 자체보다 그 뒤에 있는 블록체인 기술을 원하고 있다. 현대 화폐거래 시스템은 A가 B에게 돈을 보낼 때 은행을 경유한다. 은행이 중간에서 모든 거래를 통제한다. 이에 비해 블록체인은 은행을 거치지 않고도 돈을 보낼 수 있다. A가 B에게 송금한다는 정보(블록)가 네트워크상 모든 참여자에게 발송됨으로써 블록이 끊임없이 결합(체인 형성)한 ‘분산원장(분산화된 거래장부·distributed ledger)’이 만들어진다. 이 장부가 거래를 보증한다.

영국 중앙은행과 중국 인민은행 등이 가장 적극적이다. 화폐 발행 때 블록체인 기술처럼 거래 상대방에게 동시에 암호화된 기록을 남기는 방법을 검토했다. 중앙은행은 이 방법을 쓰면 단돈 1원까지 현실 금융세계에서 어떻게 사용됐는지 추적할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 더 깨끗하고, 빠르고, 신속하며, 안전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영국 중앙은행은 블록체인 관련 연구보고서를 여러 개 발간했다. 한 보고서는 분산원장을 이용한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면 효율성 증가로 국내총생산(GDP)이 3% 늘어날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판이페이 중국 인민은행 부행장은 지난달 1일 블룸버그 기고문에서 디지털 화폐를 도입하면 운영 비용이 줄고 효율성이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레이얼 브레이너드 미국 중앙은행(Fed) 이사도 지난 7일 이 시스템이 금융시스템의 다양한 부분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재닛 옐런 Fed 의장은 의회 청문회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혁신은 매우 도움이 되고 사회에 많은 혜택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애초 비트코인은 중앙은행과 화폐 시스템을 불신하는 자유주의적 프로그래머들이 개발했다. 만약 중앙은행들이 성공한다면, 중앙은행의 힘을 약화시키려 도입된 비트코인과 블록체인 기술이 거꾸로 중앙은행의 힘을 극대화하는 데 쓰이는 역설이 벌어지게 된다고 NYT는 전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