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목일인 지난 4월 5일 오전 BNK부산은행 부곡동 지점에 70대 할아버지 고객이 다급하게 뛰어들어왔다.

한가한 오전 시간대에 은행을 찾은 고객치고는 이례적으로 다급한 모습으로 번호표를 뽑은 이 할아버지는 은행창구에 앉자마자 통장에서 3천만원을 현금으로 인출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 지점의 정인아 대리는 할아버지 고객의 다급한 모습에 "무슨 일이시냐?"고 묻는 등 시간을 끌며 할아버지를 진정시켰다.

하지만 이 할아버지 고객은 "아무것도 묻지 마라. 급하니 현금으로 빨리 인출해 달라"고 하자 정 대리는 전화금융사기임을 직감하고 할아버지가 놀라지 않도록 침착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끌었다.

자초지종을 묻는 정 대리에게 이 할아버지는 "검찰청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돼 통장에서 돈이 나갈지 모른다며 전화가 왔다"면서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고 현금으로 돈을 찾아 특정 장소로 가져오면 검찰직원을 보내 안전하게 돈을 보관해 주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할아버지 이야기를 들은 정 대리는 경찰에 즉시 신고를 했고 출동한 경찰과 함께 "예금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며 할아버지를 안심시켰다.

정 대리는 또 경찰과 함께 전화금융사기범을 잡기 위해 신문지로 3천만원짜리 가짜 돈뭉치를 만들어 전달하는 기지도 발휘했다.

경찰은 가짜 돈뭉치를 들고 범인들이 지목한 장소로 서둘러 갔으나 범인들이 이미 눈치를 챈 듯 현장에는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정 대리의 이 같은 기지는 금융감독원에 전화금융사기 예방 사례로 보고됐고, 금감원은 정 대리에게 4일 감사장을 전달했다.

정 대리는 "우리 가족도 언젠가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평소 관련 지침을 잘 숙지하고 있어서 실제 고객의 재산을 지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부산은행은 금융사기 예방을 위해 올해 3월부터 부산검찰청, 금감원 부산지원과 함께 금융사기 근절 업무협의회를 구성하고 대외기관과의 업무공조를 강화하고 있다.

올해에만 의심거래·고객인출 112신고 제도를 활용해 금융사기법 일당 4명을 검거하고, 7억원 이상의 고객 피해를 예방하는 성과를 거뒀다.

(부산연합뉴스) 김상현 기자 josep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