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장에 현기환 전 수석 거론
'자리 챙겨주기用' 낙하산 우려도 커져

정찬우(53)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한국거래소 신임 이사장으로 단독 추천되면서 연말까지 줄줄이 임기 만료를 앞둔 금융기관장 인사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앞으로 남은 핵심 금융기관장 인사는 기업은행, 우리은행, 신용보증기금, 예탁결제원, 자산관리공사(캠코) 등 5곳이다.

금융권 수장 인사 선임이 본격화되면서 정권 말 '자리 챙겨주기' 차원의 낙하산 인사가 내리꽂힐 것이라는 우려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오는 30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정찬우 전 부위원장을 새 이사장으로 선임하는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거래소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2일 정 전 부위원장을 이사장 후보로 단독 추천했다.

정 전 부위원장은 박근혜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출신으로 지난 4월 총선 때 새누리당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했지만 실패했다.

금융위 부위원장 재직 당시 금융권 인사를 좌지우지한다는 '실세'로 불렸으며, 금융권에선 그가 차기 기업은행장으로 유력하다는 소문도 돌았었다.

거래소 노동조합은 "낙하산 인사를 철회하라"고 반발하면서 이사장 후보자를 다시 공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거래소에 이어 신용보증기금(신보)과 예탁결제원도 신임 사장 선임 절차를 시작했다.

지난 23일 마감한 신보의 차기 이사장 공모에는 황록(60) 전 우리파이낸셜 사장과 내부 출신인 한종관·권태흥·권영택 전 신보 전무 등이 지원했다.

이 가운데 이사장 후보로 황 전 사장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업은행 출신인 황 전 사장은 우리은행 부행장, 우리금융지주 부사장, 우리금융연구소장 등을 거쳐 우리파이낸셜 사장을 지냈다.

신보 임추위는 오는 29일 면접을 거쳐 다음 달 초 최종 후보를 정할 것으로 보인다.

예탁결제원은 유재훈 사장의 후임 인사를 선임하기 위한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후임 사장 인선 작업에 착수했다.

유 사장의 임기는 올해 11월까지지만, 그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회계감사국장에 선임되면서 후임 사장 인선 절차가 빨리 시작됐다.

예탁결제원 신임 사장 자리에는 기획재정부나 금융위원회 출신 관료가 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1월 중순 임기가 끝나는 캠코 사장에는 문창용(54) 전 기재부 세제실장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전 실장은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과세, 연말정산 소득공제 항목의 세액공제 전환, 기업소득환류세제 등 굵직한 세법 개정을 이끈 인물로, 기재부 인사 적체를 해소한다는 차원에서 지난달 보직 없이 퇴직했다.

기업은행장 후보로 거론되던 정 전 부위원장이 거래소 이사장에 내정되면서 연말 취임하게 될 차기 기업은행장에는 현기환(57)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거론되고 있다.

내부 출신인 권선주 행장이 연임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지만, 정권 말 '챙겨주기' 차원에서 친박계 인사가 행장으로 올 수 있다는 설이 더 유력해졌다.

역시 연말 임기가 만료되는 우리은행장의 경우 지분 매각을 위한 예비 입찰이 흥행하면서 이광구 행장의 연임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3일 마감된 예비 입찰에선 한국투자증권, 한화생명, 키움증권, 동양생명과 보고펀드, 오릭스 PE 등 18개 투자자가 인수 의사를 밝혔다.

이 행장이 3년인 임기를 '2+1년'으로 줄이고 우리은행 매각 작업에 매진해 온 만큼 연임 가도에도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표> 임기 끝나는 주요 금융공공기관·금융회사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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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관 │ 현직 │ 임기 만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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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거래소 │ 최경수 이사장 │ 9월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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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용보증기금 │ 서근우 이사장 │ 9월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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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자산관리공사│ 홍영만 사장 │ 11월1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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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예탁결제원 │ 유재훈 사장 │ 11월2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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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은행 │ 권선주 행장 │ 12월2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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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은행 │ 이광구 행장 │ 12월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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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cho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