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호 회장 타계 후 내리막…해운업 장기침체 맞물려 유동성 위기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까지 직접 나섰으나 결국 법정관리 벼랑끝에

채권단의 지원 불가 결정으로 법정관리 가능성이 커진 한진해운은 국내 1위, 세계 7위의 대형 해운사다.

고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가 1977년 국내 최초의 컨테이너 전용선사로 설립해 현대상선과 함께 국내 해운업계를 양분해왔다.

한진해운은 1988년 정부가 1949년 설립한 대한해운공사가 전신이던 '대한선주'를 합병하면서 본격적으로 몸집을 키웠다.

컨테이너선, 벌크선 등 150여 척의 선박으로 전 세계 70여 개 정기 항로를 운영하여 연간 1억t 이상의 화물을 수송하는 회사로 성장했다.

1996년에는 한국 최초로 세계 최대형, 최고속의 5천300TEU급의 컨테이너선을 취항해 주목받았고 해운업이 호황이던 2000년 초반까지도 5천750TEU급의 컨테이너선을 잇달아 인수하며 순항했다.

2005년에는 당시 국내 최대 규모인 8천TEU급의 한진 보스톤호와 마이애미호, 볼티모어호 등을 연속 투입하기도 했다.

그러나 창업주의 3남으로 2003년 7월부터 독자경영을 해왔던 고 조수호 회장이 2006년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한진해운호'에는 차츰 먹구름이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고 조수호 회장의 부인인 최은영 회장이 직접 경영 일선에 나서 여성CEO로 주목받기도 했지만 글로벌 해운업 장기침체 등과 맞물리며 회사의 유동성 위기는 심화됐다.

2013년에는 2천42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3년 연속 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최은영 회장은 결국 시숙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회사 지분과 경영권을 넘기고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2014년부터 한진해운의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대표이사 자리에 오르고 '무보수 경영'을 선언하는 등 경영정상화에 매진했다.

그러나 조 회장의 이러한 노력도 글로벌 해운업 불황을 타개하기엔 역부족이었고 작년 말 기준 부채비율이 848%까지 치솟는 등 좀처럼 경영여건이 개선되지 않았다.

한진해운의 채권단은 끊임없이 조양호 회장을 비롯한 한진그룹 측의 획기적인 자구책 요구했지만 결국 채권단의 요구안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한진해운은 '법정관리'라는 벼랑 끝에 몰렸다.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s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