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원자재 선물시장의 규모가 비대해지면서 각종 원자재의 국제가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일 보도했다.

주요 원자재 등 상품 선물을 취급하는 상하이 선물거래소와 다롄 상품거래소의 거래 규모는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두 거래소의 올해 1∼4월 거래량은 전년 동기 대비 2배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씨티그룹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 다롄 상품거래소의 철광석 선물 거래량은 달러화 기준으로 뉴욕의 금 거래량에 맞먹을 정도로 늘어났다.

상하이 선물거래소의 철근 선물은 달러화 기준으로 세계에서 3번째로 많이 거래되는 원자재 선물이다.

중국의 원자재 선물시장은 대부분 외국인 투자자들에게는 개방돼 있지 않으며 거래 데이터도 희박하다.

시장 트레이더들은 지난 수년간 시장은 국유 대기업과 소수의 원자재 트레이딩 펀드들이 지배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원자재 시장이 단기간에 급성장한 것은 중국이 거의 모든 원자재의 최대 수입국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의 주요 원자재 파생상품 가운데 거의 절반이 현재 중국 선물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주가 대폭락을 계기로 증시에 규제를 강화하자 부동자금이 원자재 선물시장으로 대거 흘러든 것도 거래량 폭발의 또 다른 배경이다.

올해 들어 경기 부양과 위안화 방어를 위해 여신을 대폭 확대한 것도 투기세력을 자극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금속 국제가격은 런던 거래소에서 결정됐으나 올해 들어서는 중국의 가격에 영향력을 크게 행사하는 상황이다.

전 세계의 원자재 트레이더들이 런던의 늦은 오후 시간, 뉴욕의 한낮까지 개장하는 상하이와 다롄 양대 거래소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을 정도다.

지난 7월 중국 투기세력들이 상하이 거래소에서 취급하는 은 선물 가격은 13%나 올려놓자 국제현물 가격도 덩달아 6.9% 상승하면서 2년 만에 최고치인 온스당 21.10달러까지 치솟은 것이 대표적 실례다.

연초에는 다롄 거래소에서 취급하는 철광석 선물에 투기 열풍이 불었다.

그 영향으로 글로벌 시장의 철광석 현물 가격이 60%나 오르는 단기 상승 랠리를 펼쳤다.

원자재 시장이 뜨거워지자 투기세력들도 속속 몰려들고 있다.

펀드 정보 사이트인 하우바이 닷컴에 따르면 원자재 전문 헤지펀드는 2013년 중반 183개였으나 올해 6월 말 현재 750개로 늘어났다.

이 방면의 스타들도 등장하고 있다.

증권업계 출신의 린청둥(林成棟)이 이끄는 포어시 인베스트먼트는 15억 달러의 자산을 운용하는 굴지의 헤지펀드로. 2013년 설립된 이후 해마다 36∼40%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자산 규모로 최대의 헤지펀드는 상하이 카오스 인베스트먼트로, '선물의 신'으로 불리는 거웨이둥(葛衛東)이 대표를 맡고 있다.

거웨이둥은 곡물과 원유, 식품 수출입을 담당하는 국유기업에서 일하다 독립해 2005년 이 펀드를 설립했다.

상하이 카오스 인베스트먼트를 비롯한 중국 헤지펀드들은 지난 1월 런던 금속거래소의 동 선물에 일제히 숏(매도) 표지션을 취해 가격을 6년 만에 최저수준으로 떨어뜨리는 위세를 과시했다.

중국 선물시장의 변동성이 강한 것은 린청둥과 같은 전문 트레이더들은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한 초단타 매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씨티그룹은 지난 4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국의 선물 계약이 4시간 이하의 초단기물 중심이라는 점도 초단타 매매가 극성을 부리는 배경이라고 지적했다.

런던 금속거래소의 기준계약은 통상 3개월물이다.

헤지펀드를 뒤따라 개인 투자자들이 대거 선물 거래에 뛰어들면서 시장의 변동성은 더욱 커졌다.

콩과 철광석 등등 모든 원자재 품목에서 잇따라 미니 거품이 발생하고 있다.

상하이와 다롄 거래소 측은 거래 수수료와 계약증거금을 올리고 일부 계약에 대해서는 제한폭을 설정했다.

그 결과로 올해 1∼4월에 58%나 급등했던 상하이 거래소의 철근 선물 가격은 5월에 28%가량 급락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jsm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