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열중 부사장 피의자 소환…정성립 사장도 조사 불가피할 듯
정부 차원 관리·감독 '구멍' 도마 오를 가능성


대우조선해양의 경영 비리를 수사하는 검찰이 이 회사의 전직 경영진뿐 아니라 현 경영진도 1천200억원대 회계조작을 벌인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나섰다.

'과거와의 단절'을 선언했던 현 경영진도 대규모 회계비리를 벌인 단서가 드러나 파장이 증폭되고 있다.

현 경영진의 회계조작이 사업보고서를 작성한 올해 3월까지 이어졌다고 볼 때, 국민의 혈세가 투입된 대우조선의 구조조정과 경영정상화에 관여한 정부와 산업은행의 관리·감독 부실이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도 크다.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5일 대우조선의 현직 최고재무책임자(CFO)인 김열중 부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격 소환해 조사 중이다.

검찰은 대우조선이 남상태·고재호 전 사장의 재임 기간뿐 아니라 정성립 사장이 부임한 이후로도 회계조작을 벌인 혐의를 포착하고 김 부사장을 소환했다.

검찰에 따르면 대우조선은 지난해 영업손실 규모를 1천200억원가량 축소 조작한 사실이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영업손실을 축소한 사업보고서는 올해 1∼3월 작성된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 경제파트의 핵심 인사들이 대우조선에 대한 4조2천억원 지원 방안을 논의했던 이른바 '서별관회의'가 열린 것은 작년 10월이다.

검찰은 자본잠식률 50%를 넘어설 경우 주식시장에서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는 점을 우려해 김 부사장 등이 영업손실액 축소를 지시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당시 대우조선의 자본잠식률은 45.5%로 관리종목 지정을 겨우 피했다.

현 경영진이 가까스로 관리종목 지정을 피하고 채권단의 지원을 계속 받으려고 영업손실액을 축소했을 수 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최고경영자(CEO)인 정 사장도 조만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대우조선의 재무분야 실무진은 검찰에 영업손실 축소 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의 현 경영진은 2006년부터 2013년까지 대우조선을 경영했던 남상태·고재호 전 사장의 재임기간에 저질러진 회계조작과 각종 경영 비리를 청산하는 과정에 주도적 역할을 맡았다.

대우조선은 작년 5월 정 사장 취임을 계기로 전 경영진 시절의 부실을 털어내는 '빅배스'(Big Bath)를 단행해 그해에만 한꺼번에 5조5천억원의 적자를 재무제표에 반영했다.

현 경영진 체제 하에 꾸려진 감사위원회가 작성한 감사보고서는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의 수사 단서가 됐고, 이미 고 전 사장의 재임 기간에 5조7천억원대의 분식회계가 이뤄진 사실이 검찰 수사로 드러났다.

하지만 현 경영진마저 회계조작을 이어간 정황이 검찰에 포착되면서 파장이 더욱 커지는 형국이다.

검찰은 필요에 따라 대우조선 구조조정과 관련을 맺는 채권단과 금융당국, 정부 기관에 대한 조사도 벌일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검찰은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이 재임 시기를 전후해 특정 인사를 대우조선 고문으로 앉혀 거액의 급여를 받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확인하고 있다.

거론되는 인사는 청와대 사진사 출신 김모씨, 친이(이명박)계 이재오 전 의원의 특보 A씨, 이명박 전 대통령 지지모임 대표 B씨다.

검찰은 강 전 행장이 대우조선의 비위를 눈감아 주고 이들의 자리를 마련하도록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지급된 급여가 배임 액수 내지는 제3자 뇌물이 될지 등을 놓고 법리 검토를 벌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르면 내주 강 전 행장이 검찰에 소환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서울연합뉴스) 안희 이보배 기자 prayer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