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중국의 역습'…핵심인력 '싹쓸이'
‘K뷰티’로 주목받고 있는 한국 화장품업계에 중국발(發) 인재 유출 비상이 걸렸다. 중국 화장품회사들이 한국 업체의 핵심 인력을 잇따라 빼가고 있어서다.

중국은 동시에 한국산 화장품 등을 견제하기 위해 수입 장벽을 높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화장품 관련 기술은 전자나 자동차와 달리 법률상 ‘핵심 기술’로 대우받지 못해 인력과 기술 유출에 무방비라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2위 화장품업체인 잘라의 브랜드 자연당(自然堂)은 아모레퍼시픽의 이니스프리 같은 브랜드숍 사업을 하기 위해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아모레퍼시픽 계열사 대표를 지낸 K씨를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했다. 자연당은 연구소장과 마케팅총괄 등도 아모레퍼시픽 출신으로 채웠다.

중국 1위 화장품 회사인 상하이자화는 작년부터 LG생활건강과 애경산업 출신 인력을 기존 연봉의 최대 두세 배를 주고 영입하고 있다. 중국 3위 화장품업체인 프로야는 작년 말 아예 햅소드라는 한국 브랜드를 인수해 국내 인력 수십명을 흡수했다.

중국 업체들은 화장품 제조기술 인력뿐 아니라 디자인과 마케팅 전문가도 탐내고 있다. 한국콜마와 코스맥스 등을 통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한국산과 비슷하게 생산하면 중국 시장을 중심으로 점유율을 높일 수 있어서다.

중국의 맹추격에도 국내 화장품산업은 정책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반도체와 조선, 철강 등 8개 업종 47개 기술은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등에서 ‘국가핵심기술’로 정해 기술이나 인력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고 있지만 화장품업종은 빠져 있다.

김주덕 성신여대 메이크업 디자인학과 교수는 “K뷰티의 경제적 파급 효과를 고려할 때 화장품업종도 전자나 자동차처럼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수빈/정인설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