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프랑스에선 반(反)기업 정서가 하늘을 찔렀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슈퍼 세금’을 도입하겠다고 공약해 당선됐다. 연 100만유로(약 12억7000만원) 이상 개인소득 중 75%를 세금으로 환수하겠다는 제도다.

즉각 반응을 보인 곳은 영국이었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레드카펫을 깔아놓겠다”며 프랑스의 부유한 은행가들에게 도버해협을 건너오라고 부추겼다.

그랬던 양국 간 사정이 브렉시트 결정을 계기로 180도 바뀌었다. 75% 세율의 슈퍼 세금이 효용이 없는 것을 깨닫고 일찌감치 폐기한 프랑스는 마뉘엘 발스 총리가 직접 나섰다. 그는 6일(현지시간) 프랑스의 금융산업 진흥단체인 유로플레이스가 연 콘퍼런스에서 “파리를 미래 금융 도시로 만들고자 한다”며 “금융기업들은 프랑스로 오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 등에 따르면 프랑스 정부는 파리에 둥지를 트는 기업 경영진의 소득세를 50% 감면해주고, 고액 재산세 대상에서 해외 자산을 공제하는 기간을 현행 5년에서 8년으로 늘려주기로 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있는 독일의 프랑크푸르트와 핀테크(금융+기술) 기업이 많은 베를린 등은 런던의 핀테크 금융회사를 끌어오겠다며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베를린은 물가가 싸고 심야 문화가 활성화돼 있다. 다양한 인종·민족이 섞여 있어 젊은 층이 선호한다. 유망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늘어나면서 투자자금도 몰린다. 회계컨설팅업체 언스트앤영에 따르면 지난해 베를린에 있는 스타트업이 받은 투자금 규모는 21억5000만유로(약 2조7500억원)로 런던(17억7000만유로)을 제쳤다.

외화 송금 수수료를 대폭 낮춰 인기를 끌고 있는 영국 핀테크 기업 트랜스퍼와이즈 등은 베를린을 이전 대상지 중 하나로 고려하고 있다. 타벳 힌리커스 트랜스퍼와이즈 최고경영자(CEO)는 트위터에 “아일랜드, 스위스 등에서 이전 제의를 받았다”며 “국가 간 경쟁이 붙은 것은 좋은 일”이라고 적었다.

영국이 브렉시트를 결정하긴 했지만 실제 EU를 탈퇴할지, 탈퇴한다면 언제 어떻게 할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게 많다.

이렇다 보니 ‘남들은 어떻게 하는지’ 눈치를 보는 금융사도 많다. 다이와증권, 노무라증권 등 일부는 이미 브렉시트를 기정사실화하고 대응하고 있지만 대형 금융사는 내부에서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