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재정 조기집행으로 여력 소진…추경 선택할지 주목

한국은행의 금리인하에 맞춰 정부가 다양한 재정보강책 마련에 나서기로 하면서 어떤 경기부양 카드를 꺼내 들지 관심이다.

당장 경기를 끌어올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는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거론된다.

정부는 아직 추경 편성에 미온적인 입장이지만 최근 정치권에서마저 추경 편성 주장이 나오면서 기존 입장에 변화를 줄지 주목된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4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행사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충분한 재정보강책을 고민 중"이라며 "조만간 어떤 형태일지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달 말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발표를 앞두고 있다.

유 부총리가 언급한 재정보강책 역시 이때 발표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재정보강책 마련에 나선 것은 최근 국내 연구기관은 물론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까지 우리 정부에 하반기 재정 확대를 통한 경기 활성화를 주문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경기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상황에서 조선과 해운 등 산업 구조조정마저 맞물리면서 하반기 우리 경제의 발걸음이 더 무거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여기에 한국은행이 지난 9일 경기 부양의 또다른 열쇠 중 하나로 꼽혔던 금리 인하에 나서면서 정부에 재정확대를 요구한 점이 정부의 재정보강 방침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기준금리 인하 후 "현재의 경기 부진은 구조적 요인으로 인한 측면이 커서 통화정책만으로 대응할 수는 없으며 정부 재정과 구조개혁이 함께 가야한다"고 밝혔다.

경기 부양의 공을 정부 측에 넘긴 셈이다.

이날 유 부총리의 발언에서 주목되는 것은 '충분한'이란 표현이다.

정부 역시 하반기 재정확대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연초부터 재정 조기집행 규모를 확대하면서 재정 여력이 상당 부분 소진돼 있다.

유 부총리의 표현대로 '충분한' 재정보강이 되기 위해서는 추경 편성 외에 별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유 부총리는 "우리가 경제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는데 재정이 마이너스가 되도록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정 보강책에 추가경정예산도 편성되는지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조합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추경 편성도 검토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정부는 그동안 현 상황이 국가재정법에서 규정한 추경 편성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아직 구조조정에 따른 대량실업 사태가 현실화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추경 편성에 필요한 재원 마련도 걸림돌이 돼 왔다.

지난해 세계잉여금은 2조8천139억원으로 지방교부세 교부금과 공적자금상환기금에 쓰일 부분을 빼면 1조7천억원 가량 정도를 올해 추경에 활용할 수 있다.

이 정도 규모로는 추경 편성의 의미가 없는 만큼 경기를 끌어올리려면 적자 국채 발행을 통한 대규모 추경 편성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국가채무에 부담을 준다는 면에서 정부는 신중한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정치권 상황은 미묘하게 돌아가고 있다.

공동 1당인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은 추경 편성에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지만 국민의당은 연일 정부를 향해 추경 편성을 촉구하고 있다.

김성식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조선해운업 구조조정과 관련, "국민의 고통을 해소하기 위해 추가경정예산 편성은 지금이 골든타임"이라고 정부의 재정역할을 재차 강조했다.

과연 정부가 경기를 끌어올리면서도 재정건전성에 부담을 주지 않을 묘수를 찾아낼 수 있을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세종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pdhis95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