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전성시대] 다양해지는 ELS…홍콩H지수 급락 이후 ASX200 등 기초자산 상품 등장
연초 중국과 홍콩 증시 급락과 함께 원금손실 공포로 크게 위축된 국내 주가연계증권(ELS) 시장이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 유로스톡스50지수 등 선진 시장 주가지수를 활용한 상품이 눈에 띄게 늘었다. 호주 우량주식을 모아놓은 ‘S&P/ASX200(호주주요기업200)’지수 등 지금까지 좀처럼 볼 수 없던 새로운 기초자산을 시험하는 증권사도 많아지는 추세다.

13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공모형 ELS 발행 규모는 3조6790억원으로 나타났다. ELS 원금손실 우려가 컸던 지난 2월(2조8333억원)에 비해 29.8% 늘었다. 발행 건수도 1324건으로 두 달 전(1032건)보다 30% 가까이 증가했다. 시장도 차츰 안정돼가는 모습이다. 지난달 조기에 상환된 ELS 규모는 1조5095억원으로 전달(1조6334억원)보다는 줄었지만 2월(8005억원)의 두 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이달에도 지난 10일까지 8678억원이 조기 상환됐다. “본격적인 ELS 시장 회복 사이클에 들어섰다”(이중호 유안타증권 연구원)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중국 본토기업의 주가 수준을 보여주는 홍콩 HSCEI지수(H지수) 기반 ELS의 수요도 조금씩 되살아나고 있다. H지수 기반 ELS 발행금액은 지난달 3515억원으로 2월(1113억원)보다 215% 늘었다. 다만 H지수 기반 ELS가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 4월(3조8448억원)과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친다. H지수의 빈자리는 유로스톡스50이 상당 부분 메우고 있다. 유로스톡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발행액은 1조4937억원으로 2월(1조1146억원)보다 늘었다. ELS 기초자산으로 사용된 지수 가운데 금액이 가장 많다. 코스피200지수를 기초로 한 ELS도 지난달 1조5102억원이 발행돼 전체 2위를 기록했다.

기존에 볼 수 없던 지수도 속속 나오고 있다. 현대증권은 지난해 말부터 호주 우량주식을 모아놓은 호주주요기업200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를 판매하고 있다. ASX200지수는 한때 사모 ELS 등에 사용되기도 했지만 공모 시장에선 지난해 처음으로 등장했다. ‘FTSE 차이나 A50’지수와 ‘닛케이225’ 지수 등도 홍콩 H지수의 빈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증시 급락에 대비해 환매 수수료 부담 없이 중간에 상품이 종료되는 ELS도 인기를 끌고 있다. 대부분의 ELS는 중도 환매할 경우 적지 않은 환매 수수료로 내야 한다. 미래에셋증권이 지난달 판매한 ELS 제8854회가 대표적 사례다. 발행 후 1년까지 조기상환 조건(조기상환 평가일에 모든 기초자산 종가가 최초 기준가격의 90% 이상인 경우)을 충족하지 못했더라도 손실 발생 가능 구간인 녹인(knock-in·기준가격의 55%)만 닿지 않았다면 가입 후 1년이 지난 2차 조기상환 평가일에 약속한 수익의 절반(3%)을 받으면서 해지할 수 있다. 도마뱀처럼 위기 상황에서 꼬리를 자르고 ‘조기탈출’ 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영어로 도마뱀을 뜻하는 ‘리자드(lizard) ELS’라는 별명이 붙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