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도 공장…'자동화+현지생산'체제로 5시간이면 한켤레 '뚝딱'

세계 2위의 스포츠용품 업체 아디다스가 로봇 발달에 힘입어 그 고향인 독일은 물론이고 핵심 시장인 미국에서도 대량 생산을 시작한다.

아디다스는 6개월간의 테스트 이후 내년부터 독일 바이에른의 안스바흐에서 자동화를 통해 소비자 맞춤형 신발을 대규모로 생산할 예정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30년간 아디다스를 비롯한 선진국 제조업체들은 노동비용을 줄이기 위해 생산시설을 신흥국으로 이전하느라 바빴다.

하지만 중국의 임금이 치솟은 데다 로봇의 발달 덕분에 자동화로 할 수 있는 작업이 많아져 이제 흐름이 바뀌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아디다스는 미국에도 공장을 세우기로 했다.

이 회사는 앞으로 3∼5년 이내에 선진국 시장에서 신발 100만 켤레를 만들 계획이다.

헤르베르트 하이너 아디다스 최고경영자(CEO)는 "내가 아디다스에 입사한 1987년에 독일에 있는 공장들을 폐쇄하고 중국으로 옮기는 것이 막 시작됐다"면서 "지금은 공장이 돌아오고 있는데 신기한 일"이라고 말했다.

안스바흐 공장은 로봇이 제조업에서 혁명을 일으키는 예다.

작은 홀에 6대가량의 기계가 있는데 하나는 밑창을 만들고 다른 하나는 신발 윗부분을 만든다.

운동화 1켤레를 만드는데 대략 5시간이면 족하다.

기존 아시아지역 공급망에서는 몇 주가 걸리는 것과 대조적이다.

'스피드 공장'으로 불리는 이곳의 직원은 160명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나이키나 언더아머 같은 라이벌도 소비자와 가까운 곳으로 공장을 다시 옮기는 대열에 가세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한다.

도이체방크의 애널리스트 데이비드 와이너는 "제조 과정을 혁명적으로 바꾸기 위한 레이스"라면서 "신발 제조 자동화를 생산의 현지화와 결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한 로봇 중심 공장의 큰 장점은 효율성이다.

컨설팅회사 BCG는 2025년까지 다수 산업에서 로봇이 생산성을 최대 30% 향상하고 노동비용을 18% 낮출 것이라고 추산했다.

메인퍼스트의 애널리스트 존 가이에 따르면 나이키는 지난해 신발의 영업이익률이 13.9%에 이르지만, 아디다스는 6.5%에 불과해 마진 향상이 요구된다.

신발 생산의 전체 작업이 단일 공장에서 이뤄지면 매우 복잡한 현재의 공급망을 단순화해 물류와 보관 비용을 절감할 뿐만 아니라 생산 속도를 훨씬 빠르게 하고 유연성도 높일 수 있다.

아디다스가 신상품을 개발해 출시하기까지 보통 18개월이 걸리는데 트렌드에 민감한 운동화 시장에서는 긴 시간이다.

하지만 미래에는 아마도 하루 만에 고객의 주문에 따른 맞춤형 제품이 나올 수도 있다고 하이너 CEO는 말했다.

유로모니터의 애널리스트 홈마 아야코는 "현재 소비자들은 새롭고 트렌디한 제품을 매우 원하므로 업체들은 배송 속도를 높일 필요가 절실하다"면서 "주요 시장에서 생산하는 것은 분명 적기에 제품을 배송하는 데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 소비자에 더 가까운 곳에서 제품을 생산하면 공급을 수요에 더 근접하게 맞출 수 있다.

지나친 재고를 막기 위해 할인 판매하는 물량을 줄이면 마진이 높아진다.

아디다스의 '스피드 공장'은 아시아의 공장을 대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FT는 전했다.

이 지역의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로운 생산의 잠재력은 막대하고 하이너는 강조했다.

그는 "자동차 산업에서 로봇을 활용하는 것과 비교하면 우리는 시작 단계"라면서도 "기차는 이미 역을 출발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kimy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