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청의 모 사무관은 이달 중순 주말을 온전히 쉬었다. 최근 석 달간 처음 업무가 없는 주말이었다. 주영섭 중소기업청장이 중국 출장을 떠났기 때문이었다.

중소기업청 직원들은 요즘 ‘월화수목금금금’이 일상이다. 토요일 아침에는 청장 주재의 고위간부회의가 열린다. 오후에는 결정 사항에 따라 과별 회의가 이어진다. 월요일 보고를 위해 일요일에도 출근하는 일이 적지 않다.

최초의 기업인 출신 청장인 주 청장은 “공무원도 기업인과 같이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말을 자주 한다. 회사가 어려울 때 야전 침대를 펴놓고 숙식하듯 관료들도 위기의식을 갖고 치열하게 일해야 한다는 의미다. 주 청장은 본인부터 솔선수범하고 있다. 토요일 회의가 끝나면 매번 개성공단 입주업체를 찾는다. 정부 부처든 중소기업이든 한 곳이라도 더 만나 협조를 구하고 현황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일정이 10분 단위로 빼곡하게 잡혀 있어 ‘의도치 않게’ 약속시간에 늦는 일도 많다.

청장을 보좌하는 간부 직원들은 비상이 걸렸다. 지방 중소기업청 간부들은 주 청장과 일상적으로 화상회의를 해야 한다. 퇴근 무렵 불시에 소집해 밤 12시 무렵까지 이어지는 일이 많다. 이 때문에 화상회의실 인근에서 대기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2일 조선업 구조조정 문제로 부산 등 4개 지방청을 중심으로 모니터링단이 구성된 이후 이 같은 회의가 더 많아졌다.

이를 두고 기획재정부 등 주요 부처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슨하던 중소기업청 공무원에게 주 청장이 ‘치열함’과 ‘투지’를 심어주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주 청장은 지난 1월 취임식에서 “올해 20주년을 맞아 중소기업청도 자신의 일에 책임지는 ‘어른’이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일부 직원은 이런 변화에 적응하는 것을 힘들어한다. 청장 비서관이 격무를 이기지 못하고 두 달 만에 지방청 근무를 자원한 일도 있었다. 한 중기청 주무관은 “일반 기업도 업무 효율을 높이려 회의와 야근을 줄이는데 시대에 역행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호소했다.

이현동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