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전기전자시스템, 건설장비, 그린에너지 등 비(非)조선부문의 일부 사업부를 별도 회사로 독립시킨다. 현대중공업의 본업인 조선해양과 직접 관계가 없는 사업부문을 분사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중공업 "비조선부문 분사"
18일 금융당국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KEB하나은행에 제출한 자구계획에 비핵심부문 분사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분사된 회사는 일단 현대중공업 자회사가 된다. 현대중공업은 분사 회사 매각을 추진할 계획이다.

건설장비부문의 지게차사업부, 그린에너지부문의 태양광사업부 등이 분사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별도 사업부인 로봇사업부 역시 분사할 계획이다. 다만 로봇사업부는 현대중공업이 미래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사업 분야이기 때문에 매각 대상에서는 제외될 예정이다. 분사는 이르면 연내 추진된다.

업계 일각에서는 ‘수주절벽’이 계속되면 현대중공업이 조선, 해양·플랜트, 엔진기계 등의 본업과 직접적으로 관계가 없는 사업본부 전체를 독립시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대重 "造船 살리는 데 집중"

현대중공업이 전기전자시스템, 건설장비, 그린에너지 등 비(非)조선부문의 일부 사업부 분사를 추진하는 것은 본업이라 할 수 있는 조선해양에 집중하기 위한 결정이다. 위기에서 살아남기 위한 체질 개선이라는 분석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해양플랜트 사업 부실과 ‘수주절벽’ 등 위기를 넘기 위해 현대중공업이 덩치를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조선해양과 직접 관련이 없는 사업부 일부를 떼어내면 인력 감축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의 주요 사업인 조선해양과 영업 및 생산 방식이 다르다 보니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고 오히려 사업 진행이 느려지는 비효율이 발생했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지게차사업부는 건설장비 사업본부에서 두 번째로 큰 사업부다. 지난해 약 3872억원 규모의 매출을 올렸다. 건설장비 사업본부는 중국 건설경기가 침체에 빠지면서 2014년부터 2년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태양광사업부가 포함된 그린에너지부문은 태양광 발전에 필요한 전지, 모듈, 시스템 등을 생산하고 있다. 2011년 별도 부문이 된 이후 4년 연속 적자를 내다가 작년에 흑자로 전환했다. 엔진 사업본부는 선박용 엔진과 선박용 프로펠러 등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본업인 조선해양과 연관성이 높다고 판단, 분사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로봇사업부도 분사될 예정이다. 로봇사업부는 엔진기계 사업본부에 소속돼 있다가 지난해 별도 사업부로 독립했다. 로봇사업부에서는 산업용 로봇 및 의료용 로봇을 생산하고 있다.

매출 규모는 2014년 1900억원에서 지난해 2537억원을 기록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는 3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중공업은 분사한 회사를 매각할 계획이다. 분사 회사를 매각한 자금으로 유동성을 확보하고, 조선해양 관련 투자를 확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대중공업은 계열사인 하이투자증권 매각도 추진하고 있다. 알짜 자회사인 현대오일뱅크 기업공개(IPO)도 준비하고 있는 ‘카드’ 중 하나다. IPO를 통해 지분을 일부 매각하면 대규모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다만 당분간은 현대오일뱅크 IPO를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전했다. 금융권에서는 “현대중공업이 오일뱅크 IPO 대신 전기전자, 건설장비부문 분사 및 매각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