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특수를 잡아라] 사상 최대 경제사절단 "에너지·인프라 기회의 땅 선점하자"
다음달 1일부터 3일까지 이어지는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국빈 방문 기간엔 역대 최대 규모인 236개사의 경제사절단이 동행할 예정이다. 기업들은 서방의 경제 제재 해제 후 봇물처럼 쏟아질 에너지·인프라 등 대형 프로젝트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 중동 최대 시장으로 떠오른 이란과 장기적 협력을 도모하려는 열망도 크다.

이란에 가장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는 곳은 국내 최대 에너지기업을 거느린 SK그룹이다. 최태원 회장을 비롯해 유정준 SK E&S 사장, 문종훈 SK네트웍스 사장, 김준 SK에너지 사장 등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총출동한다. 정유사 중 이란산 원유 도입에 적극적인 SK이노베이션은 이미 1000억원이 넘는 수익 개선 효과를 누리고 있다.

이란에서 수주 가시권에 들어온 건설 수주액만 200억달러 이상으로 추정되는 건설업계도 사절단에 대거 참여한다.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 박영식 대우건설 사장, 임병용 GS건설 사장, 한찬건 포스코건설 사장,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 등이 대거 테헤란으로 향한다. 대림산업은 이란 알와즈와 이스파한을 연결하는 철도공사(49억달러)와 박티아리 댐·수력발전 플랜트 공사(20억달러)에 대한 가계약을 박 대통령 순방 기간에 체결할 예정이다.

이란에서 일관제철소 건설에 참여하는 포스코 또한 권오준 회장이 직접 나선다.

한국과 이란 간 대한항공 직항노선 개설을 노리는 한진그룹도 동참한다. 조양호 회장과 조원태 대한항공 총괄부사장 등 계열사 사장단이 대거 테헤란으로 떠난다. 이란 현지 정보기술(IT) 인프라 시장 진출을 노리는 황창규 KT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구자열 LS그룹 회장 등도 사절단에 포함됐다. 이 밖에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 송치호 LG상사 대표, 윤창운 코오롱글로벌 사장 등 주요 기업 CEO들도 사절단과 동행한다.

공기업들도 이란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기 위해 대거 나섰다.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과 이승훈 한국가스공사 사장 등 주요 에너지 공기업 수장들이 테헤란행 비행기를 탄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이덕훈 수출입은행장, 이광구 우리은행장, 권선주 기업은행장 등 금융권 CEO들도 이란과의 금융분야 협력을 위해 발걸음을 옮긴다.

중견·중소기업인들도 대거 경제사절단에 합류한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제재 해제 후 이란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기업인들의 관심이 매우 뜨겁다”며 “이번 대통령 방문이 이란 시장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석유화학·발전·담수화 플랜트 등 인프라 건설, 정보통신과 금융, 보건·의료 분야에 걸쳐 기업·단체 300곳 이상이 경제사절단 동행 의사를 밝혔다.

지난 18일 KOTRA 주최로 열린 ‘이란 시장 진출 설명회’에도 각 기업 관계자들 300여명이 몰려 이란 시장에 대한 기업인들의 높아진 관심을 반영했다. KOTRA 관계자는 “평상시라면 만나기 힘든 바이어도 경제사절단에 포함되면 호의적 환경에서 만날 수 있어 이란 경제사절단에 참가하려는 기업인들의 관심이 역대 최고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인공위성을 통한 인터넷 서비스를 구현하는 벤처기업 디지파이코리아는 이란 현지 민간 통신업체와 75억달러(약 8조원) 규모의 저궤도 위성통신기술 공급에 합의해 순방기간인 다음달 2일 이란 현지에서 양해각서를 체결할 예정이다.

이번 박 대통령 순방에 동행하는 경제사절단이 일궈낼 성과도 주목된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최근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을 계기로 성사될 한·이란 간 경협 프로젝트 규모가 100억달러(약 11조5000억원)를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