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체 자체 기획·개발 브랜드(PB) 제품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과 참신한 아이디어를 무기로 마트·편의점 진열대에서 제조사의 일반 브랜드(NB) 상품들을 빠르게 밀어내고 있다.

마트 쌀·우유·생수·홍삼 등의 PB 제품이 속속 매출 1위에 오르고, 편의점에서도 도시락·커피·라면 등 PB 히트 상품이 줄을 잇고 있다.

하지만 롯데마트·홈플러스 PB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서 보듯, 소비자가 대형 유통업체 '이름'만 믿고 구매해도 안심할 만큼 안전·품질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지가 향후 치열한 PB 경쟁의 승패를 좌우할 전망이다.

◇ 마트 매출 20~30%는 PB…홍삼·물티슈·우유·생수 1위

24일 이마트에 따르면 올해 들어 1분기(1~3월)까지 피코크(간편식)·노브랜드·데이즈(의류)·자연주의(친환경·유기농)·러빙홈(생활용품) 등 PB 상품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로, 지난 2014년(18%)보다 2%포인트(P) 정도 늘었다.

개별 상품군에서 이미 마트의 '대표 상품'으로 자리잡은 PB도 많다.

2013년 '반값 홍삼정'으로 건강기능식품 시장에 등장한 '이마트 6년근 홍삼정(240g)'은 전체 홍·인삼 상품군 매출의 3분의 1(34%)을 차지하며 독보적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작년 7월 출시된 노브랜드 깨끗한 물티슈(100매) 역시 해당 상품군에서 매출이 가장 많고(비중 24%), 올해 들어서만 170만개 이상이 팔렸다.

이마트 냉장 디저트 부문에서는 이마트 생크림 카스테라 화이트·초코맛·딸기맛(135g)이 1~3위를 나란히 점렴하고 있다.

이 밖에 '이마트 한번에 가득 채우는 대용량 워셔액(1.6ℓ), '이마트 LED(발광다이오드) 전구', '노브랜드 깨끗한 주방세제(4ℓ), '노브랜드 즉석밥(210g)' 등도 각 카테고리에서 매출 '톱(top)'을 달리는 이마트 PB들이다.

홈플러스에서도 올해 PB 매출 비중은 28%대에 이르고 있다.

2014년 평균(25.6%)보다 약 3%P 높은 수준이다.

홈플러스는 현재 베이직스(Basics), 파이니스트(Finest), 싱글스 프라이드(1인 간편식), F2F(의류), 백일의 약속(건강기능식품), 웰빙플러스(친환경) 등의 브랜드를 거느리고 1만3천여가지 품목의 PB를 판매하고 있다.

현재 홈플러스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우유(판매량 기준)는 연세우유와 손잡고 내놓은 '홈플러스 좋은상품 1A우유(1ℓ)'로, 판매량이 2위 서울우유 같은 용량 제품의 무려 3.7배에 이른다.

홈플러스 좋은상품 샘물(2ℓ)도 홈플러스내 생수 판매량 1위 품목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국내 생수시장 수위 제품인 삼다수보다 23%나 많이 팔렸다.

홈플러스 샘물 가격은 삼다수의 40% 수준에 불과하다.

홈플러스 사계절용 워셔액(1.8ℓ) 판매량 역시 2위 일반 제조사 브랜드 제품의 무려 6배 수준(2015년 기준)이다.

홈플러스 워셔액 한 병은 900원으로, 2위의 반 값이다.

롯데마트의 경우 올해 들어 지금까지 PB 매출 비중은 27%로 집계됐다.

2014년 25%보다 2%P 정도 커졌고, PB 품목 수도 1만3천200여개를 넘어섰다.

2010년(9천500여개)와 비교하면 39% 정도 늘어난 규모다.

롯데마트 PB '통큰 감자칩'은 오리온, 농심 등 스낵 전문업체 감자칩을 제치고 현재 전체 생감자칩 상품군에서 1위(매출 비중 40%)를 달리고 있다.

올해에도 캐나다 세제 전문업체와 함께 코코넛·대두 등 식물 추출 성분으로 만든 '캐나다 23.4°세제' 등 PB 제품들이 소비자들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 편의점 베스트셀러 1위도 PB도시락

편의점의 PB 의존도는 마트보다 더 높다.

인기 PB 상품이 편의점 전체 실적을 좌우할 정도이다.

씨유(CU)의 경우 올해 1분기 PB 매출 증가율(작년동기대비)이 30%를 넘어선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전체 PB 매출 증가율이 29% 수준이었는데, 올해 들어 PB '백종원 도시락' 시리즈 등이 크게 '히트'하면서 성장 속도가 더 빨라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CU 매출 상위 10개 품목 가운데 '백종원 한판 도시락'(3천500원), '백종원매콤불고기정식(3천900원), '백종원돈까스(3천900원)'가 1, 3, 10위에 오를만큼 PB 도시락 수요는 급증하는 추세다.

CU PB스낵 '콘소메맛팝콘'(1천원)은 농심 새우깡 판매량의 두 배이고, 대용량 요구르트 수요를 겨냥해 내놓은 'CU 빅요구르트' 판매량은 상품군 1위일 뿐 아니라 식품제조사 NB 야쿠르트 상품의 무려 다섯 배에 이른다.

세븐일레븐에서도 2010년 20%대 중반에 그쳤던 PB 상품 매출 비중은 지난해말 35%까지 뛰었고, 현재 1천100여가지에 이르는 PB 품목 수도 5년전인 2010년(700여종)보다 60% 가까이 늘었다.

올해 1분기 세븐일레븐 PB 매출도 작년 같은 기간보다 33.1%나 증가했다.

지난해 전체 평균 증가율(32.5%)을 웃도는 수준이다.

작년 3월 선보인 '세븐일레븐 혜리 11찬 도시락'은 올해 1분기 베스트 셀러(판매량 기준) 순위에서 5위를 차지했고, 이달 출시한 '세븐일레븐 동원참치라면'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입소문이 퍼지며 출시 후 보름만에 40만개가 팔렸다.

빙그레 바나나맛우유를 제치고 베스트 셀러 2위까지 오를 정도다.

◇ "PB 품질관리, 실수 한번만으로도 경영위기"

문제는 PB의 품질 관리이다.

워낙 PB 품목이 다양하고 PB 생산에 참여하는 협력 업체들도 많아 공정과 최종 생산물이 적합한지를 일일이 따지는 일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마트의 경우 상품본부 안에 품질관리팀을 두고 PB 상품과 해외 직접 조달(소싱) 제품의 품질 관리 기준을 별도로 마련해 적용하고 있다.

2007년 9명이었던 품질관리팀 인원을 현재 22명으로 늘릴만큼 PB 품질 관리를 강화하는 추세다.

1단계로 이마트는 상품 기획단계부터 생산 예정 협력사나 해외 직접 조달 파트너가 법적 기준에 맞는 제조 시설을 갖췄는지 여부를 205가지 항목을 통해 점검한다.

이 '사전 공장 심사'는 BIS(영국), SGS (스위스), BV(프랑스), INS(국내) 등 국제공인인증기관에 의뢰하는데, 이 심사에서 식품은 골드 등급 이상, 공산품은 실버 등급 이상을 받아야만 상품 개발이 진행된다.

2단계로 제조 상품에 대한 안전·위해성 검증은 식품의 경우 이마트 자체 상품안전센터, 비식품의 경우 정부공인시험기관을 통해 식중독·유해물질·중금속 등 위험 요소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모든 검증을 통과해 생산, 판매되는 제품들도 기능식품연구원, 산업공해연구소 등에서 114개 법적 항목을 중심으로 상시 점검을 받는다.

홈플러스는 국내 유통업체로는 최초로 지난해 2001년부터 기술매니저(TM)를 두고 있다.

TM은 협력회사의 원료부터 제조공정, 최종 생산품이 안전과 적법성을 갖추도록 컨설팅하고 관리하는 임무를 맡는다.

또 홈플러스의 모든 PB제품은 상품품질관리센터로부터 판매 이전에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고, 홈플러스는 승인 후에도 지속적 사후 관리를 통해 위생·안전 뿐 아니라 협력사의 환경경영 여부 등까지 관리한다.

롯데마트의 PB 제품은 ▲ 1차 6주간 제조사 공장 실사(위생상태·설비요건 등 점검) ▲ 2차 서류 검사(신제품 등 대상 사용 원료 안전성 등 검토, 원료 검증 등은 중앙연구소 담당) ▲ 3차 시료 검사 (상품 시료 채취 후 각종 미생물 검사 등) ▲ 4차 출시 전 검사 (매장 입고에 앞서 롯데 PB 품질 기준서에 따라) ▲ 5차 유통 검사 (판재 중 상품에 대한 무작위 샘플 조사) 등의 품질 관리 프로세스를 거친다.

이 과정에서 핵심 검증 작업은 세계적 PB 컨성팅업체 데이몬사(社)와 20년 전통의 롯데안전센터가 주도한다.

편의점 CU의 경우 운영사 BGF리테일 관계자가 PB 생산에 앞서 생산 현장을 직접 찾아 서류부터 시설·생산관리 현황 등에 이르기까지 70여개 항목을 기준으로 적합성을 평가한다.

이 테스트를 통과해야 비로소 협력업체 등록이 완료된다.

본격적으로 생산이 시작되기 전에도 품질·위생 점검이 다시 한 번 이뤄지고, 판매 후에는 정기적으로 생산 공정과 실제 판매 상품에 대한 무작위 '안전성 수거 검사'가 진행된다.

BGF 관계자는 "품질과 위생 관리는 100번을 잘하다 한 번 못하더라도 기업의 존폐를 좌우할 정도로 큰 문제가 되기 때문에, BGF리테일 품질관리팀은 항상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shk99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