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업체별 원가 절감ㆍ체질 개선 작업에 역량 집중
저유가에 수주 반토막 난 해외건설, 투자개발형 전략 시급


위기에 처한 5대 구조조정 대상 업종 가운데 1순위로 거론되는 분야가 철강이다.

중국산 저가 철강재가 밀려드는 데다 공급 과잉 문제가 가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석유화학 부문은 고순도 테레프탈산(TPA) 등 일부 제품이 중국과의 경쟁에서 뒤처지면서 구조조정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철강 등 부실업종 재편에 힘을 보태기 위해 오는 8월 13일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기활벌)'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 법은 상법·세법·공정거래법 등 관련 규제를 한 번에 풀어주고 세제·자금 등을 지원하는 게 골자로 일명 '원샷법'으로 불린다.

◇ 철강은 구조조정 1순위 = 20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철강협회는 늦어도 이달 안에 컨설팅 업체를 선정해 철강업종 공급과잉 관련 보고서 작성을 의뢰할 계획이다.

철강협회는 우리나라 철강 업종의 공급과잉 문제를 진단하기 위해 이달 초 컨설팅 업체를 대상으로 보고서 작성 의뢰 공고를 낸 바 있다.

철강은 기활법과 관련 정부가 첫 번째로 공급과잉 문제를 진단하는 업종이다.

그만큼 구조조정이 시급하다고 정부가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오는 6월-7월 보고서 작성이 마무리되면 개별 철강 기업들이 이를 검토한 뒤 기활법 적용 여부를 결정한다.

기활법이 적용되면 정부는 세제나 자금 등을 통해 구조조정 지원에 나선다.

다만 철강 구조조정의 범위에 대해선 보고서 결과가 나와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철강에는 냉연강판 등 다양한 품목이 있는데 품목별로 보면 구조조정이 필요한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다"며 "보고서는 품목별 공급 문제를 진단할 예정인데 결과가 나와야 전체 구조조정의 강도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국내 철강업계가 포스코 등을 중심으로 자체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한 상황에서 추가 구조조정이 필요한지 여부도 보고서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철강업계는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느끼고 자체적인 작업에 나선 상태다.

포스코는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국내외 34개 계열사를 정리한 데 이어 올해 추가로 계열사 35개사를 매각하거나 청산할 방침이다.

포스코가 '조직 슬림화'를 도모하고 있다면 현대제철은 자동차 강판 등 수익성 높은 폼목 위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동국제강은 계열사 국제종합기계 매각을 추진하는 등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자체적으로 구조조정에 돌입한 상황에서 정부가 구조조정에 개입하는 모양새는 좋지 않을 뿐더러 기업에 도움이 될지도 의문이다"며 "정부가 밝힌대로 기활법의 취지인 '자율과 지원' 원칙을 지켰으면 한다"고 말했다.

◇ 석유화학, 체질 개선에 중점 = 석유화학도 기활법 적용 업종으로 자주 거론되고 있다.

대중국 수출에 의존해왔던 국내 업체들이 중국 기업들의 생산설비 확충으로 자급률이 크게 증가하면서 공급 과잉 상태에 놓였다.

수직계열화로 TPA 생산량 상당수를 자체 소비하는 롯데케미칼과 효성 등과 달리 외부 판매 비중이 높은 한화종합화학과 삼남석유화학 등은 어려운 형편이다.

업계는 자발적인 사업 재편을 위해 '석유화학 경쟁력 강화 민간협의체'를 구성했지만 구체적인 결과물을 내지는 못했다.

다만 각사마다 수급을 조절하거나 원가를 절감하고 체질을 개선하는 등의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한화종합화학은 TPA 생산라인 4개 중 3개만 가동하고 원가를 개선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올해 1분기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구조조정과 관련, "각 업체의 자구 노력이 이어지는 만큼 시간을 갖고 지켜봐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 건설업계도 구조조정 요구 커져 = 2000년대 후반 이후 불황기를 거친 건설산업은 지난해 주택경기가 반짝 호황을 누리면서 잠시 활력을 되찾는 듯했지만 계속되는 저유가에 지난해 해외건설 시장에서 고전하며 건설업계의 구조조정 요구도 커지고 있다.

우리 해외건설 시장은 전통적인 수주 텃밭이었던 중동 산유국 발주처들이 재정난을 겪으며 발주 물량을 축소하거나 발주 자체를 연기해 수주 급감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는 20억 달러 규모의 라스 타누라 대형 플랜트 프로젝트의 재입찰을 중단했다.

85억 달러 규모의 카타르 알카라나 석유화학 콤플렉스 프로젝트 등 중동에서 진행되던 사업 발주도 줄줄이 연기되면서 지난해 우리 기업의 플랜트 수주액은 264억9천만달러에 그쳤다.

이는 전체 수주액의 60%에 이르는 규모지만 전년도 플랜트 수주액 517억2천만달러(전체 수주액 대비 78.4%)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수준이다.

저유가 기조가 해를 넘겨 계속되면서 올해 해외건설 시장에서의 전망도 밝지 않은 상황이다.

19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해외건설 수주액은 112억7천200만 달러로 작년 1분기 132억7천800만 달러에 비해 15% 감소했다.

4월 현재수주액은 113억2천442만달러로 이는 전년 동기(28억2천250만달러)보다 46% 줄어든 금액이다.

상황이 이렇자 건설업계에서는 중동 일변도였던 해외건설 시장의 다변화를 모색하고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해외건설 사업 발굴·기획부터 자금조달, 시공, 운영 관리까지 종합적으로 책임지는 투자개발형 사업 역량을 키워가야 한다는 공감대도 커지는 분위기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해외건설시장에서 단순 시공만으로는 살아남기는 어려운 시대가 왔다"며 "건설사들은 투자개발형 사업 역량을 키워나가는 데 주력하고 정부 차원의 지원과 중장기 전략이 필요한 때"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김연숙 이승환 기자 iam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