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이르면 2017년부터 아이폰에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을 넣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디스플레이업계에 대혼전이 벌어지고 있다. 그동안 애플 납품에서 소외돼온 삼성디스플레이가 OLED 양산 능력을 앞세워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자 LG디스플레이 샤프 재팬디스플레이(JDI) 등 기존 협력사가 앞다퉈 OLED 투자에 나서고 있다. 애플을 잡지 못하면 막대한 타격을 받을 수 있어서다.

삼성전자에 이어 애플까지 스마트폰에 OLED 패널을 적용하면 스마트폰 시장 자체가 OLED로 전환돼 LCD(액정표시장치) 패널은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 대만 훙하이(업계 4위 이노룩스의 모회사)가 샤프를 인수한 것도 OLED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중국 BOE 등도 OLED 투자에 뛰어들었다.
디스플레이업계, OLED 증산 '초비상'
○2017년 아이폰7s에 OLED?

디스플레이업계에 따르면 애플 관계자들이 이달 초 삼성디스플레이를 찾아 ‘내년부터 OLED 패널을 공급할 수 있는지’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2017년 하반기에 나올 아이폰7s의 5.8인치 프리미엄 모델에 OLED 패널을 채택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디스플레이엔 엄청난 호재다. 이 회사는 스마트폰용 OLED 패널을 양산하는 유일한 회사다. 충남 아산 탕정의 A1~A3 라인에서 월 20만장의 OLED 패널을 생산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09년 아이폰3S 때까지 아이폰에 LCD 패널을 납품했지만 이후 끊어졌다. 삼성과 애플 간 특허소송이 불거지면서다. 현재 맥북, 아이패드 등 일부 모델에 LCD 패널을 소량 공급하는 정도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2월부터 수조원을 투입해 월 1만5000장 규모의 A3 라인을 증설하고 있다. 아이폰용 OLED 패널 납품이 확정되면 투자 규모는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이 OLED 패널 채택을 2018년으로 늦출 가능성도 있다. 2017년부터 채택하면 물량 대부분을 삼성에 의존해야 해서다. 애플은 한 부품에 2개 이상의 협력사를 두는 ‘멀티벤더’ 전략으로 납품 단가를 깎고, 혹시 모를 공급 차질에 대비해왔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협상에서 ‘2017년 이후 물량 보장’을 요구했으나 애플이 수용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LG디스플레이 샤프 등 초비상

애플은 그동안 LG디스플레이와 샤프, JDI에서 LCD 패널을 구매해 아이폰에 넣어왔다. 이들 업체는 애플이 2018년부터 OLED 패널을 채택하길 바라고 있다. 당장 투자를 시작해도 2017년에 납품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는 경북 구미에 1조500억원을 들여 중소형 OLED 라인을 짓고 있다. 내년 상반기 생산이 목표다. 하지만 생산규모가 월 7000장 정도로 애플의 필요량(월 6만~10만장)엔 한참 못 미친다. LG는 경기 파주에 건설 중인 P10 공장에도 중소형 OLED 라인을 넣을 계획이다. 이 공장은 2018년 양산에 들어간다.

샤프는 훙하이에서 자금을 수혈받아 OLED에 투자할 계획이다. 샤프는 OLED 생산 경험은 없지만 오랫동안 연구개발(R&D)을 진행했다. 소니 히타치 등이 합작해 세운 JDI는 2018년부터 소형 OLED 패널을 양산하겠다고 작년 말 발표했다. 중국도 급해졌다. BOE는 6세대 플렉시블 OLED, 티안마는 플렉시블 OLED에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OLED 원가 LCD보다 싸져

애플이 OLED 패널을 채택하려는 것은 LCD 패널보다 가볍고 얇은 데다 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OLED 패널을 이용해 판매가 정체된 아이폰에 새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의도다. 백라이트가 없는 OLED는 전력 소모도 상대적으로 적다.

과거엔 오래 쓰면 화소가 타는 번인(burn-in) 등 화질 문제가 있었지만 대부분 해결됐다. 가격도 내려갔다. 시장조사업체 IHS는 올 1분기 기준 5인치 풀HD OLED 패널의 제조원가가 14달러30센트로 같은 크기의 LCD(LTPS) 14달러60센트보다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현재 판매가는 같은 크기 LCD 패널의 1.3배 수준으로 알려졌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