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형은 RP·ELS 선호…일임형은 고위험·중위험 인기

'종합 통장'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에 벌써 60만명 가까이 가입했다.

특히, 증권사 ISA에는 실투자자 위주로 가입하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은행을 통한 가입자가 압도적으로 많지만 은행이 판매한 ISA 가운데에는 가입액이 거의 없는 사실상 '깡통계좌'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동안 증권사의 ISA 판매 실적을 보면 투자자들은 신탁형에서는 환매조건부채권(RP)과 주가연계증권(ELS) 투자를 선호했고 일임형에서는 '고위험·중위험' 모델포트폴리오(MP)를 비교적 많이 선택했다.

◇ 증권사 ISA 가입자 1인당 투자액 은행의 10배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4일 출시된 ISA 누적 가입자는 17일 현재 58만6천281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은행을 통한 가입자는 55만3천423명으로 전체의 94.4%를 차지했고 나머지 5.6%만이 증권사를 통해 ISA에 가입했다.

그러나 가입액은 증권사 ISA가 997억원으로 전체(2천714억3천만원)의 36.7%를 차지했다.

특히 가입자 1인당 ISA 가입액은 증권사가 평균 305만원으로 은행(31만원)의 10배에 육박했다.

이는 고객 수 채우기 경쟁에 나선 은행의 ISA 계좌 상당수가 ISA 가입액이 1원에서 1만원에 불과한 깡통계좌이기 때문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은행들이 할당을 채우려고 미리 받아둔 예약 고객이 소진되면서 사실상 투자액이 없는 깡통계좌 개설은 점점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하루 가입자 수는 갈수록 줄고 1인당 가입액은 상대적으로 늘고 있다.

하루 ISA 가입자 수는 출시 첫날인 14일 32만2천990명, 15일 11만1천428명, 16일 8만1천5명, 19일 7만858명 등으로 줄었다.

그러나 1인당 평균 가입액은 14일 34만원에서 17일 46만원 수준으로 커졌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증권사들의 ISA 점유율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일별 가입액 기준 증권사 점유율을 보면 14일 27%에서 17일 48%까지 높아졌다.

일별 계좌수 기준 증권사 점유율도 같은 기간 3%에서 11%로 상승했다.

◇ 증권사 ISA 가입자, 어떤 상품 선호하나
아직은 증권사를 통한 가입도 신탁형 비중이 80∼90%에 달할 정도로 일임형보다는 신탁형이 우세하다.

ISA 판매 초기여서 일임형의 운용 성과를 가늠하기 어려운 측면 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신탁형은 고객이 직접 운용 지시를 내리는 유형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증권사의 신탁형 ISA 가입자는 환매조건부채권(RP)을 주로 선호했고 기타파생결합사채(DLB)도 ISA 계좌에 많이 담았다.

RP와 DLB는 증권사들이 연 3∼7%대의 수익률을 제시해 가입 고객이 몰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주가연계증권(ELS)도 인기를 끌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고금리 특판 상품인 RP를 신탁형 계좌에 담은 고객이 많았다"며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ELS도 인기가 있다"고 전했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ISA 신탁형에 가입한 고객은 일단 RP에 자금을 투자하고서 나머지 상품 투자는 지켜보고 결정하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일임형 ISA에 가입한 고객은 중위험·고위험 MP에 주로 몰렸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일임형 ISA에 가입한 고객의 절반은 중위험에, 나머지 절반은 고위험에 투자했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MP에서 고위험은 국내와 해외 주식에 50% 내외를, 중위험은 35% 내외를 각각 투자하게 돼 있다.

한국투자증권도 일임형 ISA에선 고위험군과 적극 투자형에 해당하는 ISA랩(멀티)에 상대적으로 많은 자금이 들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일임형만 취급하는 메리츠종금증권은 초고위험의 고수익 지향형 B형과 중위험에 해당하는 중립형 B형에 투자자들이 몰렸다고 설명했다.

고수익 지향형 B형은 해외투자 자산이 80%에 이른다.

중립형 B형은 채권혼합과 채권 투자 비중이 각각 80%, 20% 수준이다.

NH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의 일임형 ISA 중에서는 각각 안정형과 초저위험군 MP가 인기를 끈 편이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다수 고객이 비교적 안정형을 택했다"며 "프라이빗뱅커(PB)를 통한 맞춤 운용을 받을 수 있는 랩일임형 지점운용형에 자금이 많이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김현정 기자 indigo@yna.co.kr, khj9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