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원을 넘는 은행 고액계좌 잔액이 사상 처음 500조원을 웃돌았다. 저금리 장기화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기업 자금 등이 수시입출금식예금 등에 예치돼 단기 부동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6월 말 기준 은행의 예금액 10억원 초과 고액계좌(저축성예금·금전신탁·양도성예금증서 기준) 잔액은 514조8000억원으로 2014년 말보다 23조6000억원 증가했다. 고액계좌 잔액이 500조원을 돌파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예금액 5억원 이하 계좌 잔액은 586조8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11조1000억원 늘었고, 5억원 초과~10억원 이하 계좌는 2조1000억원 증가했다.

계좌 유형별로 보면 저축성예금 고액계좌의 잔액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작년 상반기 말 기준 저축성예금 고액계좌 잔액은 2014년 말보다 12조5000억원 늘었다.

고액계좌 잔액이 증가한 것은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은 기업의 자금 등이 몰린 때문으로 추정된다. 기업들이 늘어난 현금성 자산을 만기가 비교적 짧으면서도 안전한 금융계좌에 예치해 두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기업의 여유자금이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고 언제든 빠져나갈 수 있는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MMDA) 등에 주로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