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원 라이첸 대표가 틈새 클리너 홈닦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현동 기자
정순원 라이첸 대표가 틈새 클리너 홈닦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현동 기자
정순원 라이첸 대표는 어느 날 TV 뉴스를 보다가 깜짝 놀랐다. 밀폐용기 뚜껑에 화장실 변기보다 많은 세균이 있다는 보도였다. 세척이 힘든 고무패킹 틈새가 원인이었다. 자취 생활을 하던 그는 안 쓰는 칫솔과 면봉을 이용해 세척해봤지만 번거로웠다.

주부들 처지에서 생각해 보니 ‘사업 아이템이 되겠다’ 싶었다. 32살이던 2012년 서울에서 고향인 부산으로 내려가 본격적인 제품 구상에 나선 이유다.

정 대표는 “아이디어는 직접 냈지만 제품은 지역 주부들과 함께 만들었다”고 말했다. 틈나는 대로 아파트 단지를 돌았다. 무작정 동네 주부들을 붙잡고 제품 평가를 부탁했다. 피드백을 받아 소재와 디자인을 하나하나 개선했다. 이렇게 ‘틈새 클리너 홈닦기’가 나왔다.

◆친환경 소재·디자인으로 승부

틈새 클리너 홈닦기는 설거지할 때 수세미로 닦기 힘든 작은 홈과 틈새를 청소하는 도구다. 고무 패킹을 때어내는 기구와 솔, 고무 때를 제거하는 부분으로 구성됐다. 조금씩 모양을 달리한 막대 3개가 한 세트라 다양한 용기에 쓸 수 있다. 밀폐용기 외에 유아 젖병, 텀블러, 차량 안 틈새 청소 등에 폭넓게 사용 가능하다. 때를 없애는 부분은 인체에 무해한 친환경 고무 소재를 썼다.

디자인에도 신경을 썼다. 주부와 만나면서 ‘예뻐야’ 팔린다는 것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세계 3대 디자인 공모전으로 꼽히는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에 제품을 내놔 본상을 받았다. 정 대표는 “기능과 디자인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제품을 수백 번 이상 고쳤다”고 설명했다.

◆대형 온라인몰·해외시장 공략

G마켓, 쿠팡 등 온라인몰 위주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입소문이 나면서 쿠팡에서 하루에 제품을 1만개가량 팔기도 했다. 최근에는 롯데마트 입점 계약도 맺었다. 이달 중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갈 예정이다.

정 대표는 “올해 해외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미국 독일 일본 등 8개국에 샘플 물량을 수출하면서 꾸준히 해외시장을 두드렸다. 우선 중국에 집중할 계획이다. 그는 “중국에서 디자인 특허를 출원하고, 상표권 등록도 마쳤다”며 “현지에서 열리는 전시회를 중심으로 제품을 알려 나가겠다”고 했다.

◆한미약품 다니다 창업

정 대표는 창업 전 한미약품에서 생산관리 업무를 했다. 번듯한 직장에 다녔지만 ‘내 사업’을 하고 싶었다.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한 그에게 사업은 미지의 영역이었다.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찾다가 부산시가 운영하는 청년창업 프로그램에 지원했다. 부모 등 주변의 반대가 거셌지만 고집을 꺾지 않았다.

올 상반기부터는 제품군을 다양화할 예정이다. 그 가운데 ‘싱크매트’는 싱크대 배수대에 펼쳐놓는 원형 매트다. 작은 구멍이 뚫려 있어 음식물 찌꺼기만 매트 위에 남는다. 설거지를 마친 뒤 한쪽의 손잡이 부분을 잡으면 제품이 오므라들며 찌꺼기가 가운데로 모인다. 손에 음식물을 묻히지 않고 손쉽게 버릴 수 있다. 버튼 하나로 접고 펴는 ‘원터치 빨래건조대’도 선보일 예정이다. 정 대표는 “깔끔한 디자인을 갖춘 독특한 상품으로 인기를 끄는 영국 조셉조셉 같은 주방용품 브랜드로 성장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달의 으뜸중기 제품’은 이메일(art@hankyung.com)로 신청 받고 있습니다. 한국경제신문 홈페이지(event.hankyung.com)를 참조하세요.

◆이달의 으뜸중기 제품 △패셔노믹스 (02)562-1505 △라이첸-틈새 클리너 홈닦기 (070)4001-0635 △샤인앤샤인 (070)4351-4472 △지성엔테크-외부
유리창 밀대청소기 (070)7520-2645


부산=이현동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