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과학원, 공급과잉 어종 등 활용하는 방안 모색

최근 베이커리형 제품으로 인기를 끌면서 '국민 먹거리'로 떠오른 어묵은 '연육'이라고 부르는 원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한다.

연육은 물고기의 살만 발라내 물에 씻어 수용성 단백질 등을 제거한 후 물기를 빼 얼린 상태로 유통된다.

연육을 만드는 주 재료는 명태, 조기와 같은 단백질이 많은 흰살 생선이다.

동해에서 많이 잡히던 명태는 자취를 감추다시피 했고, 조기는 어획량이 많지 않아 값이 비싸 어묵 재료를 우리나라에서 조달할 수 없다.

그래서 어묵업계는 연육의 90%이상을 수입해 사용한다.

나머지는 우리 연근해에서 잡은 물고기 가운데 상품성이 없는 새끼 갈치(풀치) 등이 차지하고 있다.

어묵이 인기를 끌어 생산량이 늘면서 연육 수입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2009년에 12만2천여t이던 어묵 생산량이 2014년에는 16만6천여t으로 35% 늘었다.

이 기간에 연육 수입량은 9만7천500여t에서 12만4천100여t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연육 수입에 쓴 돈은 2억3천만달러(2천800억원)에 달했다.

수출전략품목인 어묵 산업과 국내 수산업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길을 찾고자 국립수산과학원이 어묵 원료의 국산화에 나서기로 했다.

수산과학원은 8일 오후 업계와 학계 등의 전문가 20여명이 참석한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상품성이 없는 넙치를 이용한 어묵 제품 개발,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연육 개발 방향, 동남아산 연육 생산 현황과 문제점 등에 관한 논의가 있었다.

수산과학원 임치원 연구관은 9일 "어묵 원료 전량을 국산화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공급과잉 상태에 있는 어종, 식용으로 사용하지 않는 심해어종, 내수면 어종 등을 활용해 원료 일부를 국산으로 대체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며 "이런 방향으로 앞으로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넙치 등 양식 물고기가 과잉 생산돼 가격이 폭락할 때 일부를 어묵 원료로 전환하면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다.

도루묵의 경우 수컷은 알을 밴 암컷에 비해 인기가 없는데 이를 활용해 '도루묵 어묵' 같은 지역특화상품으로 개발하는 방안도 있다고 임 연구관은 설명했다.

수산과학원은 붉은살 생선을 어묵의 원료로 가공하는 기술 개발 등도 추진하기로 했다.

수산과학원은 10월 전에 이런 물고기들을 이용한 국산 연육을 개발해 어묵업계 등을 대상으로 품평회를 열기로 했다.

업계의 반응이 좋으면 장기과제로 채택해 본격적인 연구를 벌여 수입 연육을 대체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한다는 게 수산과학원의 계획이다.

부산 어묵업계의 한 관계자는 "경제성이 확보되는 국산 연육 생산 방안이 마련된다면 어묵업체로서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며 "특히 수산업계와 상생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lyh9502@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