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씨티은행이 국제현금카드 발급 수수료와 일부 예금상품 관련 수수료 등을 인상하거나 면제 혜택을 축소한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내달 11일부터 참 똑똑한 A+ 통장, 원더풀 등산·마라톤·골프 통장, 모을수록 오르는 맥스 통장 등 입출금이 자유로운 5개 예금상품의 약관을 변경한다.

조건을 충족하면 ATM 출금·이체 수수료와 폰뱅킹·인터넷뱅킹·모바일뱅킹 수수료 등을 면제해주던 혜택을 없애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씨티은행은 또 씨티원 예금 상품의 타행 ATM 출금 수수료 면제 혜택도 월평균 잔액 1천만원 이상인 경우에만 무제한으로 유지하고, 이 금액 미만인 경우에는 면제횟수를 축소했다.

이와 함께 씨티은행은 이달 7일부터 국제현금카드 발급 수수료도 다시 인상한다.

기존에는 국제현금카드를 발급받을 때 인터넷 무방문 신청서비스를 이용하면 수수료를 면제했으나, 앞으로는 2만5천원을 받는다.

씨티은행은 원래 무료로 발급하던 국제현금카드 수수료를 지난해 말부터 연달아 인상하고 있다.

무료이던 발급 수수료를 지난해 11월 '영업점 방문시 3만원·사전신청 이용시 무료'로 조정했고, 올해 2월에는 영업점 방문과 사전신청을 이용할 때 모두 수수료를 5만원으로 인상했다.

씨티은행 측은 이와 같은 수수료 조정이 디지털뱅킹 서비스를 강화하고 비용을 현실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한다.

씨 티은행 관계자는 "입출금 통장의 부가서비스 혜택을 종료한 것은 수수료를 은행권 평균 수준으로 맞추는 대신 인터넷·모바일·ATM 등 비대면채널 수수료의 감면 대상을 확대하려는 것"이라며 "국제현금카드 발급 수수료는 배송비 등 비용을 고려해 부득이하게 부과키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씨티은행 노조는 이와 같은 조치가 고액 자산가 고객 관리에 집중하면서 일반 고객 영업은 축소시켜 소규모 점포와 직원의 구조조정으로 이어지는 수순이 될 것을 의심하고 있다.

노 조 관계자는 "지점체계 조정으로 소규모 점포에서는 영업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수수료 혜택까지 줄이면, 자산가가 아닌 고객들은 발걸음을 돌릴 것"이라며 "1∼2년이 지나면 저성과 점포와 직원들을 정리할 명분이 생기게 된다"고 주장했다.

씨티은행은 지난해부터 고액 자산가들을 위한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를 강화하면서 개인고객 지점을 모델 1∼3로 등급화한 바 있다.

씨티은행 노조는 이 가운데 가장 소규모 지점인 모델 3 지점의 경우 근무인원이 6명 내외에 불과해 여건이 열악하고, 세일즈 인력을 배치하지 않아 사실상 영업이 어려운 상태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모델 3 점포에 대해 지난 1월 서울지방노동청과 금융감독원에 전면적인 현장 실태 조사를 요청하기도 했다.

노조 관계자는 "가뜩이나 영업이 어렵고 열악한 개인고객 접점을 고사시키려 하고 있다"며 "저성과자를 만들어 45개의 모델 3 점포를 정리한다면 1천명 안팎의 인력 감축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에 대해 씨티은행 측은 "모델 3 영업점은 디지털 뱅킹을 강화해 단순한 업무를 최소화하고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것"이라며 "모델 3 영업점은 우수한 인력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고객 서비스와 내부통제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최근 거래를 분석해보면 "모델 3 영업점은 급격한 디지털화로 인한 금융환경의 변화에 맞춰 은행이 어떻게 변신해야 하는지를 서비스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 영업점 인력구조의 변화 등으로 보여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sncwo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