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은행부문의 건전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는 가운데 유럽은행들은 올들어 코코본드(우발전환사채)를 전혀 판매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22일 딜로직 자료에 따르면 올들어 유럽은행들은 코코본드 400억유로(약 55조원) 상당을 발행할 계획이었지만, 지금까지 발행해 판매한 코코본드는 전무하다고 BBC방송이 보도했다.

유럽은행들은 작년에는 450억 유로의 코코본드를 발행했었다.

로렌스 맥도널드 재무컨설턴트 겸 전 리먼브러더스 임원은 트위터에 "유럽 은행 코코본드 매각 2016년 0유로, 2015년 450억 유로, 2014년 460억 유로, 2013년 270억 유로, 2012년 50억 유로"라고 올렸다.

코코본드는 은행들의 자기자본비율이 내려가면 주식으로 전환되거나 채무가 상각되는 채권으로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유럽 규제당국이 은행들에 자본확충을 요구함에 따라 은행들이 발행을 선호해온 채권 중 하나다.

금융정보제공업체 크레디트사이츠에 따르면 유럽은행들은 코코본드를 매각하는데 아무런 어려움을 겪지 않았고, 2012년 이후 코코본드 발행을 통해 900억 유로를 조달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밝혔다.

이 업체는 유럽은행들이 향후 몇년간 규제당국이 요구하는 자기자본비율을 맞추려면 1천억 유로 이상의 코코본드를 발행해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코코본드는 도입 이후 매년 평균 6%, 최대 8% 수익을 냈다.

2014년 도이체방크가 35억 유로 어치 코코본드를 발행했을 때만 해도 250억 유로의 자금이 몰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올들어 18일까지 코코본드는 -5.8%의 손실을 냈다.

JP모건에 따르면 지난주 코코본드는 액면가 대비 90% 수준에서 거래됐다.

현재 코코본드의 70∼80% 가량을 핌코와 블랙록 등 채권펀드들이 보유하고 있지만 10∼15%는 개인투자자가 갖고 있다.

크리스 레드몬드 투자자문사 윌리스타워스왓슨 신용투자부문장은 WSJ에 "코코본드의 상당수는 프라이빗 뱅킹 고객인 아시아 투자자들에게 팔렸다"면서 "이들 투자자들은 부유하지만, 수준이 높지 않아 투자위험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코코본드의 투자자들은 지난 몇주간 코코본드의 이자를 지급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에 따른 갑작스러운 매도세 확산으로 곤란을 겪었을 것이라고 WSJ는 지적했다.

도이체방크 실적 및 재무상황 악화를 계기로 코코본드에 대한 우려가 확산됐다.

조지프 프록스 블랙록 펀드매니저는 "최근 코코본드의 가격 변동은 많은 투자자들이 코코본드의 잠재적 위험을 과소평가했다는 것을 드러낸다"라고 지적했다.

BBC방송은 비용증가와 수익둔화에 직면한 유럽은행들이 올들어 계획했던 코코본드를 발행하지 못하게 됨에 따라 자금조달 시기를 맞추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yuls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