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업계 "日업체들 일정부분 타격…장기화 가능성 예의주시"
지난해 이후 수출 부진에 빠져 있는 우리 경제가 최근 '엔고'라는 단비를 맞게 될 전망이다.

지난해 6월 100엔당 900원 아래로까지 떨어졌던 원/엔 환율은 11일 오전 한때 100엔당 1,060원을 넘어서면서 2014년 3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원/엔 환율이 1% 하락하면 우리의 대세계 수출 물량은 0.49%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반대로 환율이 상승하면 수출 물량은 늘어난다.

경제계는 최근의 엔고 현상이 지속할 경우 주요 수출 시장에서 일본과의 경쟁에서 한층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같은 엔고 현상의 대표적인 수혜 업종으로는 자동차 산업이 꼽힌다.

엔고 현상이 지속되면 일본 자동차업체들이 일정 부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는 북미 등 주요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한국 업체들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단기간의 엔고 영향으로 일본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차량 가격을 즉각 올리지는 않겠지만 상황이 장기화되면 가격 인상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이란 분석이다.

엔화 강세로 인해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면 일본업체들이 마케팅 비용 축소 등의 조치에 나설 수도 있다.

현대기아차는 최근 미국 시장에서 판매장려금 성격의 인센티브 지출이 크게 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

일본업체들의 인센티브 지출이 줄면 현대기아차 역시 한숨을 돌리게 되는 셈이다.

더욱이 엔고와 함께 최근 달러 약세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는 만큼 현대기아차가 광고, 마케팅, 딜러 지원 등 경쟁력 확보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자금 여력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엔고가 자동차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원/엔 환율은 2013년 20.5%, 2014년 11.3% 하락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도 내림세를 보이는 등 몇년 간 지속돼 왔다.

이같은 상황에서 단기간의 엔고 현상으로 일본 자동차업체들이 곧바로 타격을 입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엔고 현상이 아직 초기단계인 만큼 섣부른 예측보다는 내실 있는 경쟁력 확보에 더욱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남아 등 해외에서 일본업체와 경쟁하고 있는 철강업계 역시 최근 엔고 현상이 단기적으로는 호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최근 환율이 워낙 급변하는만큼 신중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는 "엔고가 지속하면 일본 및 동남아 시장으로의 수출에는 일부 긍정적인 영향이 있겠지만 환율 변동성이 커지고 있어서 당분간 상황을 면밀히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제철이나 동국제강처럼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은 업체는 엔고로 인한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전자업계는 반도체나 장비 등 부품 부문에서 엔고 현상으로 인해 일본업체들이 일정 부분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환율이 가격으로 반영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데다 업체마다 환율 위험분산 전략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예전과 달리 TV와 생활가전, 스마트폰 등의 품목에서는 우리 기업과 일본업체들이 직접적으로 경쟁하고 있지 않은 만큼 엔고로 인한 직접적인 수혜는 기대하지 않는 모습도 나온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일본업체들이 자국시장 외에서는 크게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며 "가전이나 TV, 스마트폰 등의 품목에서도 우리 업체들과 경쟁하는 위치에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전자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결제통화를 다변화하면서 환율 변동에 대비하고 있기 때문에 특정 통화의 움직임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면서 "다만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pdhis95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