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드론 전시회인 ‘2016 드론쇼 코리아’. 완구용 드론을 만드는 바이로봇의 부스 앞엔 20~30명 남짓한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위잉’ 하고 드론이 날아올랐다.

잠시 후 제품이 휘청이더니 바닥으로 쿵 떨어졌다. “다시 날 수 있을까?” 한 아이가 아버지한테 물었다. 바이로봇 직원이 스마트폰 화면을 누르자 드론이 다시 날아올랐다. 그는 “지금까지는 불시착했을 때 드론을 다시 날리는 것이 불가능했다”며 “비행을 재개할 수 있는 ‘터틀턴’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미국 전자쇼 CES에서도 큰 관심을 받았다”고 말했다.
부산 벡스코에서 28일 개막한 ‘2016 드론쇼 코리아’를 찾은 관람객들이 차세대 무인 스텔스기와 전술 무인항공기 등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 벡스코에서 28일 개막한 ‘2016 드론쇼 코리아’를 찾은 관람객들이 차세대 무인 스텔스기와 전술 무인항공기 등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첨단 드론·무인비행기 경연장

산업통상자원부와 부산시가 주최하고 미래창조과학부, 국토교통부, 한국경제신문사 등이 후원한 드론쇼 코리아는 국내 최초의 드론 전문 전시회다. 국내외 56개 업체가 참여해 제품을 내놨다. 오는 30일까지 열린다.

드론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민간 상업용 무인기 시장 규모는 작년 14억달러에서 2023년에는 21억달러로 커질 전망이다. 하지만 중국 DJI가 세계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중국 업체들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사물인터넷(IoT)과 수직이착륙 기술 등을 적용한 국내 제품들이 눈길을 끌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은 해양용 드론을 내놨다. 미사일처럼 생긴 이 제품은 모터 없이 자체 개발한 ‘부력 제어기’로 움직이는 것이 특징이다. 박요섭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연구원은 “바닷속 탐지와 촬영 등 다양한 방면에 활용할 수 있다”며 “한번에 최대 90일까지 움직일 정도로 장시간 작동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리폰다이나믹스는 탄소섬유로 제작한 드론을 내놨다. 비슷한 크기의 다른 제품보다 가볍다. 이 회사는 항공 촬영 부문에 집중하고 있다. 전유영 그리폰다이나믹스 팀장은 “할리우드 영화인 ‘캐리비안의 해적’ 촬영에 쓰이는 등 업계에서 인정받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성층권 비행에 성공한 ‘고고도 태양광 무인기’와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개발한 수직이착륙 틸트로터 무인기를 전시했다. 한화테크윈, 대한항공 등과 DJI, 자이로 등 중국 회사들도 제품을 선보였다. DJI는 이날 오는 3월 서울 홍대에 제품전시장, 체험존, AS센터 등을 갖춘 플래그십 스토어를 연다고 발표했다.

드론을 탐지하는 드론감지 장비도 큰 관심을 받았다. 에어로뷰의 ‘드론트래커’는 드론을 추적해 사생활 침해를 막는 장비다. 세계 최초로 다중센서 방식을 사용해 일반 제품보다 드론 식별 능력이 뛰어나다. 전자부품연구원은 드론에 적용할 수 있는 개방형 IoT 플랫폼인 ‘모비우스’를 공개했다.
무동력·성층권 비행 '한국형 드론' 떴다
◆드론 육성에 나선 정부·지자체

이날 행사에는 정부 관계자들도 참석해 드론산업 육성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이관섭 산업부 차관은 “그동안 연구개발(R&D)에만 신경써왔는데 이제는 이를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시장 중심으로 접근하겠다”고 강조했다. 산업부는 투자 확대를 위해 올 하반기 ‘무인기산업 투자 유치 포럼’도 열 계획이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역량을 바탕으로 드론에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접목해야 글로벌 경쟁이 가능하다”며 “높은 부가가치를 올리는 회사를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일본 드론산업의 ‘대부’로 꼽히는 겐조 노나미 지바대 교수는 “일본에선 원전 사고가 난 후쿠시마에 매일 드론이 떠 대기 중 방사능 수치를 검사하고 있다”며 “농업과 공업 등 드론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했다.

부산=이현동/김태현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