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의 엔진으로 꼽히는 인도가 연초부터 위태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증시는 새해 들어 5.5% 떨어지면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 집권 이후 유입된 글로벌 투자 자금을 모조리 반납했다.

수출 실적은 12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고 산업생산 규모도 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향후 세계 경제를 이끌어 갈 차기 동력으로 지목됐던 인도가 휘청거리게 된 것은 중국 경기둔화 여파와 함께 인도 내부 개혁안이 줄줄이 연기됐기 때문이다.

◇ 印 경제 곳곳이 지뢰밭…증시급락·환율급등·무역감소
인도 금융시장은 새해 들어 급격히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인도 센섹스 지수는 연초부터 12일까지 8거래일 동안 5.5%의 하락세를 보이며 24,682.03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센섹스 지수 총 하락폭이 5.6%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 8 거래일 만에 1년치 하락폭을 내준 셈이다.

지수는 종가 기준으로 1년 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직전 저점인 2014년 5월 26일은 모디 총리의 취임식이 열린 날로, 인도 새 지도부의 개혁을 기대하며 세계 곳곳의 투자 자금이 인도로 몰려들었다.

하지만 인도 증시를 뜨겁게 달궜던 이 자금은 12일을 기점으로 모조리 빠져나갔다고 외신들은 설명했다.

달러 강세와 위안화 절하 쇼크 속에 환율도 치솟으면서 2013년 8월 당시 고점에 육박하고 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달러 대비 인도 루피화 환율은 13일 달러당 66.8725 루피였다.

환율은 올해 들어서만 0.7188루피(1.09%) 올랐다.

최근 5년으로 따지면 48% 상승했다.

금융시장의 혼란을 반영하듯 인도 변동성 지수는 12일 기준 18.7125까지 치솟았다.

이는 지난해 11월 6일(19.4725) 이래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인도 증시가 급락하고 루피화 환율이 치솟은 것은 최근 인도 경제 지표들이 부진하게 나타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기대가 낮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달 초 발표된 무역과 제조업 관련 지표들이 줄줄이 낙제점을 보였다.

인도의 수출은 지난해 11월까지 12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고 지난해 4월부터 11월 사이 수출은 17.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 산업생산지수(IIP)는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166.6을 보이며 전년 동월 대비 3.2% 감소했다.

IIP가 이 같은 감소 폭을 보인 것은 2011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 인도 경제 왜 흔들리나…中 경기둔화·정치갈등으로 '내우외환'
인도 경제는 현재 '내우외환'의 상황에 빠져 있다.

우선 중국 경기가 둔화하면서 글로벌 자금이 신흥국에서 대거 빠져나가는 것이 인도 경제의 가장 큰 위협 요인이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중국을 신흥국의 대표주자로 인식하며, 중국 관련 악재가 나올 때마다 신흥국에 투자했던 자금을 회수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미 새해 첫 일주일에 인도 증시에서 해외 자금 2억8천150만 달러가 빠져나갔고 루피화 가치와 국채 가격도 하락하고 있다.

인도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13일 7.77%로 올라 지난해 12월21일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만약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올린다면 금리가 8.5%까지도 오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인도 내부의 정치적 갈등도 풀기 힘든 문제다.

모디 총리의 인도국민당(BJP)은 하원에서는 의석의 52%를 차지하지만 상원에서는 18%에 불과해 번번이 상원에서 경제개혁 법안이 보류됐다.

모디 정권이 중점적으로 추진한 토지 수용법 개정안은 국민회의당(INC) 등 야당이 농민의 피해를 이유로 반대하고 있고, 부가가치세 간소화를 위한 상품·서비스세(GST) 법안과 노동법 개정안도 상원의 문턱에 걸려 있다.

최진호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2014년 모디 정부 들어서면서 기대감으로 투자자들이 투자했는데 지난 (집권) 1년 반 동안 토지수용법과 세법 등 핵심 정책들이 상원에서 계속 부결됐다"고 설명했다.

라잔 중앙은행 총재의 연임 여부도 의외의 복병으로 꼽힌다.

라잔 총재는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와 시카고대 경제학과 교수를 지낸 인물로, 투자자들이 신뢰하는 금융시장 전문가다.

하지만 라잔 총재의 임기가 올해 9월로 끝나고 연임하지 않는다면 인도에서 자금 이탈이 추가로 일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도 지난달 9일 시장 전문가로 꼽히는 은흘라은흘라 네네 재무장관을 돌연 경질했다가 랜드화 폭락 사태를 경험한 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 율 김윤구 윤영숙 김경윤 기자 heev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