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기업 '월드클래스300'] '비메모리 반도체 전문' 네패스 이병구 회장 "반도체 10분의 1로 소형화…스마트기기에 적용"
중국공장 세워 본격 공략
내년 6월 독자 브랜드 출시
10년 후 이 회장은 또 다른 도전을 시도했다. TV에 들어가는 비메모리 반도체 후공정에 주목한 것. 국내에 관련 업체가 한 곳도 없을 때였다. 주위에선 비교적 손쉬운 메모리 반도체 쪽을 권했지만 고집을 꺾지 않았다. 이 회장의 ‘뚝심’에 네패스는 매출 3000억원대의 글로벌 회사로 성장했다.
◆글로벌 경쟁력 확보
네패스는 비메모리 반도체 칩의 ‘범핑’ 등 웨이퍼 레벨 패키징(WLP)을 하는 회사다. 범핑은 반도체 원판인 웨이퍼를 인쇄회로기판(PCB)에 바로 붙여 전기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게 하는 작업이다. 반도체를 작고 얇게 만드는 핵심 공정이다. 삼성전자, 매그나칩반도체, 일본 소니 등 국내외 회사가 주요 고객이다.
메모리·비메모리 반도체 후공정을 함께하는 다른 곳에 비해 비메모리 부문 연구개발(R&D)에 집중하고 있다. 반도체 크기를 10분의 1 이상 줄일 수 있는 ‘팬아웃 WLP’와 여러 작은 칩을 하나로 패키징하는 ‘시스템 인 패키징(SiP)’ 등의 상용화에 성공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회장은 “스마트폰을 포함해 사물인터넷(IoT) 관련 제품,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에 폭넓게 쓰일 수 있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수요처도 늘어나고 있다. 2년 전부터 자동차용 반도체를 세계 최초로 양산하고 있다. 이 회장은 “자동차 스마트크루즈 컨트롤 기능에 쓰이는 전방감지 센서를 팬아웃 WLP 방식으로 패키징해 미국 반도체 회사에 공급하고 있다”며 “폭스바겐 등 웬만한 독일 자동차 회사들이 이 제품을 쓴다”고 전했다.
◆자체 브랜드 칩모듈 회사 목표
네패스는 올해 급성장하는 중국 반도체 시장 공략에 나섰다. 적자가 이어지던 싱가포르 법인을 2013년 청산하고, 지난 9월 중국 화이안시와 합작사를 차려 6600㎡(약 2000평) 규모 현지 공장을 준공했다.
이 회장은 “8인치 반도체 웨이퍼 패키징은 일부 중국 업체도 할 수 있지만, 12인치는 할 수 있는 곳이 없어 대만 쪽으로 물량이 넘어가고 있다”며 “중국 안에서 이 수요를 흡수하겠다”고 설명했다. 월 10만장 정도의 웨이퍼를 처리하는 것이 가능한데 향후 이를 3배가량 늘릴 계획이다. 앞으로 중국 내 다른 지역에 공장을 짓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 회장은 “네패스의 미래는 칩 모듈 회사”라고 강조했다. 손톱만한 하나의 칩 안에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메모리 등을 넣은 모듈을 개발해 자체 브랜드를 달아 판매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제품 개발은 끝났고, 이를 활용해 만든 웨어러블 기기를 내년 6월께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현동 기자 gra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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