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제조업 경쟁력, 4년후 인도에도 밀린다
4년여 뒤 한국의 글로벌 제조업 경쟁력이 인도보다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의 노동생산성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이 약점으로 지목됐다. 미국은 중국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됐다.

11일 딜로이트글로벌과 미국경쟁력위원회가 공동으로 발표한 ‘글로벌 제조업 경쟁력 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2020년 경쟁력 지수는 세계 6위로 2015년(5위)보다 한 단계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11위인 인도는 세계 5위로 2020년에 한국보다 제조업 경쟁력이 앞설 것으로 조사됐다.

글로벌 제조업 경쟁력 지수는 세계 각국 제조업에 종사하는 최고경영자(CEO)와 고위 임원 500명 이상의 심층조사 결과를 토대로 한다. 3년에 한 번 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각국 제조업의 경쟁력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인 이 지수는 기업들이 정책과 투자전략을 수립하는 자료로 활용한다.

이번 조사에서 미국은 현재 2위에서 2020년에는 1위로 도약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 1위인 중국은 2위로 밀리고 독일과 일본은 각각 3, 4위로 지금과 같은 순위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위권 아래에서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약진이 눈에 띈다. 말레이시아는 현재 17위에서 13위로, 베트남은 18위에서 12위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스위스는 12위에서 19위로, 스웨덴은 13위에서 18위로 순위 하락이 예상됐다.

조사에 참여한 경영 전문가들은 개별 국가의 제조업 경쟁력 평가요소로 ‘우수한 인재 확보’를 첫손가락에 꼽았다. 가격경쟁력(2위)과 노동생산성(3위)이 각각 뒤를 이었다. 이들은 한국을 비롯해 유럽 국가들이 가격경쟁력과 노동생산성 부문에서 상대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한국 제조업 노동생산성 상승률은 -2.7%를 기록했다. 2000년대 7.2%를 기록한 뒤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추세다. 이한득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과 북유럽 국가들의 경우 인적 자원은 우수하지만 생산성에 비해 임금이 지나치게 높아 가격경쟁력과 노동생산성이 동시에 약화되고 있다”며 “반면 인도는 당분간 저임금 노동환경을 유지하면서 높은 생산성을 유지하고 있어 예상 순위가 크게 오른 것 같다”고 평가했다.

국가별 제조업 정책, 다시 말해 정부 부문 경쟁력 역시 평가의 주요 요소다. 2020년 1위로 전망된 미국 정부는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연구개발(R&D) 투자액을 2004~2008년에 비해 10.4% 늘리는 등 자국 제조업 혁신을 이끌어나가고 있다. 최근에도 ‘메이킹 인 아메리카(Making in America)’를 국가 아젠다로 제시하며 혁신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독일도 ‘인더스트리(Industry) 4.0’이라는 슬로건을 제시하면서 제조업 강국의 위상 강화를 노리고 있다.

한국 정부도 ‘제조업 혁신 3.0’을 통해 제조업과 정보기술(IT)산업 간 융합을 강조하고 있지만 전통 제조업의 퇴조 속에 중국과 일본의 견제가 큰 부담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준철 딜로이트안진 제조업부문 리더(전무)는 “제조업 경쟁력을 높이려면 기업들의 탄탄한 제조역량도 중요하지만 정부의 선도적 역할이 필수적”이라며 “산업 구조재편과 기업 구조조정을 통해 제조업 혁신의 새 살이 돋아날 수 있도록 하면서 노동개혁과 규제 완화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호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