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협회 보고서…"자동차 상당 기간 영향 없어…섬유 수출 증대 예상"
"일본 쌀 부분 개방, 우리 TPP 참여 때 영향 줄 듯"


지난 5일 협정문이 공개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실제로 발효되더라도 자동차 등 우리 주요 수출 산업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6일 'TPP 상품분야 주요 내용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일본에 대한 공산품 양허는 내용면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비해 수준이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보고서는 또 "나라별로 민감한 분야에 대해서는 (관세) 장기철폐, 저율관세할당(TRQ) 등 매우 보수적인 양허 형태를 채택했다"며 "양허 및 원산지 조항은 나라별로 다르고 매우 복잡하게 규정돼 있기 때문에 우리가 참여 여부를 결정할 때는 면밀하고 주의 깊은 검토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완성 자동차는 상당기간 우리 수출에 영향이 없을 것으로 예상했고 섬유 및 의류 분야에서는 우리 기업이 수출 증대 효과를 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농축산물과 관련해서는 일본이 무관세 쿼터를 통해 쌀 시장을 일부 개방한 점 등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은 현재 일본과 멕시코를 제외한 나머지 TPP 10개국과는 FTA를 맺은 상태다.

따라서 한국에는 일본의 농축산물 개방 수준과 함께 TPP 체결 뒤 일본 기업이 미국 시장에서 얼마나 혜택을 받는지 등이 중요하다.

◇ 나라별로 다른 양허 카테고리 = 미국 등 7개국은 모든 품목에 대한 관세를 철폐했고 일본, 캐나다 등 5개국은 일부 품목을 관세 철폐에서 제외했다.

공산품의 경우 호주, 멕시코를 제외한 10개국이 100% 관세를 철폐했다.

하지만 참여국의 관세양허 스케줄을 살펴보면 나라별로 별도의 카테고리를 채택하고 있다.

품목 대부분에서는 각 상대국에 같은 양허를 설정했지만 국가별로 민감한 품목에 대해서는 양허가 다르다.

이같은 양허 카테고리는 매년 균등하게 관세를 내리는 선형철폐, 초반에 작게 내리고 갈수록 많이 인하하는 비선형철폐, TRQ 등 다양하고 복잡하다.

실제로 미국은 준중형 승용차 시장의 경우 호주, 캐나다, 멕시코 등에는 즉시 철폐하지만 일본(25년), 말레이시아(10년), 베트남(10년) , 뉴질랜드(10년) 등 다른 나라에 대한 기준은 다르다.

◇ 완성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우리 수출에 당장 영향 없어 = 일본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철폐 기간의 경우 미국(25년)과 캐나다(5년)는 매우 보수적으로 설정했다.

그나마 미국은 2.5%의 관세를 협정 발효 뒤 14년간 유지한다.

이후 2.25%(15년차), 1.25%(20년차), 0.5%(22년차), 0%(25년차)로 차례로 낮춰가게 된다.

캐나다도 일본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율 6.1%를 5.5%(발효일), 5.0%(2년차), 2.5%(3년차), 2.0%(4년차), 0%(5년차)로 철폐해 나간다.

반면 한국산 자동차는 양자 FTA에 따라 2016년 1월1일부터 미국, 2017년 1월1일부터 캐나다 시장에서 무세를 적용받는다.

TPP가 2017년에 발효된다고 하더라도 상당기간 TPP는 우리의 자동차 수출에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자동차부품도 미국이 일본산에 대해 87.4%(품목 수 기준)에 대한 관세를 즉시 철폐하기로 했지만 베어링, 기어박스, 섀시 등 주요 부품에 대한 관세는 10년 이상 장기 철폐로 설정했다.

한미 FTA의 경우 미국도 베어링 등 한국산 주요 자동차 부품에 대해 10년 장기 철폐를 설정했기 때문에 아직도 관세가 인하 중이다.

하지만 기어나 섀시 등 일부 자동차 부품에는 이미 무관세가 적용됐다.

보고서는 "일부 일본산 자동차 부품에 대한 미국 측 관세가 철폐되면 이를 사용하는 미국 진출 일본 완성차 기업은 생산비 절감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며 "하지만 완성자동차 기업의 부품 조달이 대부분 계열화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지 기업이) 이미 무세를 적용받는 한국산에서 일본산 부품으로 조달선을 변경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밝혔다.

또 "부가가치 비중이 큰 핵심 자동차 부품의 경우 일본산에 대한 관세철폐는 10년 이상 소요되는 반면 한국산은 이미 관세인하가 상당히 진전됐기 때문에 TPP 발효 이후에도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섬유 및 의류…수출 늘 것 = 보고서는 상대적으로 관세율이 높은 미국의 섬유 및 의류 관세가 철폐됨에 따라 베트남에서 생산되는 우리 기업의 섬유제품이 수출 증대 효과를 볼 것으로 전망했다.

또 TPP 역외나라 기업의 베트남 투자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은 베트남으로부터 수입하는 주요 섬유 제품의 관세철폐 기간을 11년이나 13년의 장기로 설정했다.

하지만 애초 관세율 자체가 상당히 높아 인하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 농축산물…일본의 개방수준 자세히 살펴봐야 = 일본은 농산물 81.0%(품목 수 기준)에 대해 관세를 철폐하기로 합의했다.

기타 품목에 대해서는 TRQ, 계절관세, 세이프가드 등 다양한 형태로 보호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축산물(쇠고기, 돼지고기)의 경우 TPP가 한미 FTA보다 개방 수준이 낮다고 분석했다.

포도, 배 등 신선 과일이나 마늘, 양파 등 양념채소류는 한미 FTA보다 높은 수준으로 양허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특히 쌀과 관련해 미국과 호주에 일정 물량에 대한 무관세 쿼터를 허용하며 일부 개방했다.

미국에는 1년차 5만t에서 13년차 7만t으로 양을 늘려간다.

보고서는 "앞으로 우리가 TPP에 참여할 경우 일본의 농축수산물 개방 수준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세부 품목별로 양허 현황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미국·일본 비준해야 부분 발효라도 가능 = TPP는 모든 참여국이 비준하지 않더라도 일부 국가에서 먼저 발효될 수 있다.

서명 후 2년이 지난 후에도 비준을 완료하지 못한 나라가 있을 경우 6개국 이상이 비준 절차를 마쳤다면 해당 국가에서 먼저 발효된다.

다만 6개국의 국내총생산(GDP) 합이 TPP 참여국 전체의 85%를 넘어야 한다.

2013년 기준으로 미국 GDP의 TPP 내 비중이 56.3%, 일본의 비중이 16.5%이기 때문에 두 나라 모두의 비준은 필수다.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co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