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대혼란…'인상도 동결도 확신 어렵다'

미국이 이번주에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과 동결할 것이란 전망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정책금리는 경제 상황에 따라 올리거나 내릴 수 있지만 미국이 2008년 12월 이후 줄곧 유지해온 초저금리(0~0.25%) 정책에서 벗어나 금리 인상에 나선다면 그 여파가 클 것으로 보인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연내에 기준금리를 올리겠다고 당초에 밝혔으나 중국의 경기 둔화와 주가 폭락, 이에 따른 신흥국 위기라는 암초를 만나 혼란스런 상황에 빠졌다.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8월 금리인상 전망이 압도적으로 우세했으나 9월로 오면서 금리인상이 10월이나 12월로 연기될 것이란 전망이 늘어 인상과 동결 전망이 팽팽해진 상황이다.

인상을 전망하는 이유만큼 동결을 예상하는 이유도 많다.

◇ 기준금리 올려야 하는 이유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려야 하는 핵심적인 이유로는 ▲미국의 경기 회복과 고용 개선 ▲자산시장 거품 우려 ▲물가 불안에 대한 선제 조처 ▲향후 경기 부진에 대비한 정책 수단 확보 등으로 요약될 수 있다.

먼저 미국 경제가 상당히 회복되고 고용시장도 크게 개선됐다는 점이 중요하게 꼽힌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2.8%로 위축됐던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작년 2.4%로 높아졌다.

지난 1분기 성장률은 연율 0.6%로 나와 회복세가 꺾인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으나 2분기에 다시 3.7%로 크게 뛰면서 이런 우려는 잦아들었다.

고용 사정도 한층 나아졌다.

2009년 10월 10%까지 올랐던 실업률은 지난 8월 완전 고용 수준에 해당한다는 5.1%까지 낮아졌다.

비농업부문 고용은 지난 8월 17만3천명 늘어난 것으로 집계되면서 시장의 예상치 20만명 수준보다 낮았으나 3개월 평균은 20만명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고용 여건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연준의 두 가지 정책 목표 가운데 완전 고용은 달성된 것으로 평가되지만 물가안정 부문에서는 목표치인 2%를 크게 밑돌면서 금리 인상 주장에 완전히 힘이 실리지는 못하고 있다.

연준이 물가 지표로 주목하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지난 7월에 전년대비 1.2% 오른 것에 그쳤다.

근원 PCE 물가는 올해 들어 1.3%대에 계속 머물렀다.

이는 2011년 4월 이후 최저치다.

물가가 이처럼 낮은 것에 대해 연준은 유가 하락과 달러 강세에 따른 수입물가 약세 등 일시적인 요인이라고 평가하며 중기적으로 2% 물가 달성을 예상하고 있다.

연준의 초저금리 정책이 7년간 지속되면서 자산 가격 거품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금융위기 전 미국의 기준금리는 5.25%까지 올랐었고, 미국의 10년물 국채금리도 5%를 나타냈다.

그러나 2007년 8월 시작된 금리인하 행진에 10년물 금리는 2%대로 떨어지며 강세장이 계속됐다.

채권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미국 주식시장만 해도 2009년 3월에 저점을 찍은 후 최근 중국증시 폭락으로 조정을 받기 전까지 6년간 강세장이 이어졌다.

거품은 터지기 전까지는 알 수 없지만, 거품이 커지면 커질수록 터졌을 때의 충격은 커진다.

금융위기 이후 디레버리징(차입축소)이 대세였으나 최근 몇 년 사이 기업이나 가계 등 경제주체들이 저금리를 활용해 부채를 늘린 것에 대응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물가 상승 압박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아직은 물가상승 압박이 가시화하지 않았지만 7년간 제로금리가 계속되고 유동성이 막대하게 풀린 만큼 물가 압박이 곧 모습을 드러낼 것이란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고용이 나빠지면 다시 부양책을 쓰는 것이 가능하지만 물가는 한번 오르기 시작하면 잡기 어렵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이런 주장은 앞으로 경제가 나빠질 경우를 대비해 경제 상황이 허락하는 때에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과도 맞물리는 것이다.

◇ 기준금리 인상이 꺼려지는 이유
기준금리 동결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은 금리인상이 ▲미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중국발 불안과 신흥국 위기를 확대할 가능성이 있고 ▲정책 실패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의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꾸준히 상승궤도를 달릴 수 있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

최근에는 미시간대 소비자태도지수가 1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지수는 8월에 85.7로 떨어져 월간 하락폭(6.2)이 2012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달러화 가치가 높아지는 데, 이는 다른 나라의 화폐가치 절하로 이어져 미국의 수출이 둔화될 수 있다.

달러 강세는 또 미국의 물가 뿐만 아니라 달러화로 표시되는 원자재 가격의 약세를 초래한다.

이보다 더 큰 걸림돌은 중국발 불안과 신흥국 위기 가능성이다.

중국은 지난달 11일 갑작스런 위안화 절하를 통해 수출 경쟁력 확보에 나섰고 이런 조처에도 증시는 연일 폭락장을 연출했다.

지난 8월말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까지 높아졌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신흥국에서 자본유출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는 전부터 있어왔고 이 때문에 이미 취약한 신흥국을 중심으로 투자금 이탈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문제는 중국의 경기 둔화로 이미 큰 충격을 받은 원자재 신흥국이 미국의 금리인상 악재까지 겹치면 그 여파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중국을 포함한 신흥국의 성장률이 타격을 입으면 이는 다시 미국 경제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지난 10일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브라질의 국가신용등급을 투기등급으로 강등했고, 신흥국 위기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이 쏟아져 나왔다.

국제통화기금(IMF)의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가 "연준이 오랜 기간 금리를 인상하지 않았다"면서 "내가 감히 말하자면 연준은 영원히 그렇게 해야 한다"면서 금리 인상에 반대한 것도 글로벌 경제에 미칠 충격을 우려한 때문이다.

라가르드 총재는 "(금리 인상을) 그냥 한번 시도해보고 번복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미국의 물가, 고용률, 실업률 등 모든 수치가 완벽하게 확인된 이후에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는 편이 낫다고 주장했다.

이는 연준의 정책이 실패할 수 있다는 우려를 보여준다.

연준이 가장 우려하는 것도 기준금리를 올리고 다시 내려야 하는 상황일 수 있다.

미국 경제에 대한 판단이 틀렸다는 것을 시인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섣부른 금리인상으로 세계 경제까지 위태롭게 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서울연합뉴스) 정선미 기자 smje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