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추락으로 위기에 처한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이 방만한 재정정책을 편 것에 대해 실패라고 인정했다.

브라질 일간 폴랴지상파울루에 따르면 호세프 대통령은 지난 7일 브라질 독립기념일을 맞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지난 1기 정부(2011~2014년) 때부터 투자와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시행한 정책들이 현재 위기를 가져온 원인이 됐다”고 인정했다. 이어 “브라질이 겪고 있는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정부는 경제에 ‘쓴 약’을 처방할 수밖에 없다”고 적었다.
호세프의 '반성문'…"방만한 재정정책이 브라질 경제 실패 불러"
호세프 대통령은 “과거 정책을 재평가해 줄여야 할 것은 과감하게 줄일 것”이라며 “사회복지 등에 대한 재정지출을 줄이는 긴축정책을 쓰고, 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올리는 등 경제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그는 “이런 처방들이 분명히 입에는 쓰겠지만 마시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조아킹 레비 브라질 재무장관은 소득세와 유류세 인상을 포함한 증세 방안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재정정책 실패…원자재 약세도 타격

호세프 대통령은 2011년 취임 후 다양한 재정 확대정책을 썼다. 서민주택 건설을 비롯해 공공투자를 크게 늘렸다. 지난해 치른 브라질월드컵을 위해 경기장을 지으면서 건설경기 부양에도 나섰다. 하지만 방만한 공공부문을 축소하기는커녕 더 늘리는 정책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공공부문 부채비율이 지난 6월 말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63%까지 올라갔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원자재 가격 약세로 원자재 수출 비중이 높은 브라질의 경제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올 들어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2분기 성장률은 -1.9%(연율 기준)로 전분기(-0.7%)보다 하락폭이 커졌다.

최근엔 중국발 신흥국 위기설이 확산되면서 해외자금 이탈도 가속화했다. 헤알화 가치는 올 들어서만 45% 하락했고, 최근 1년간 하락률은 70%를 넘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브라질 중앙은행의 설문조사 결과 이코노미스트들은 브라질 경제성장률이 내년까지 마이너스를 나타낼 것으로 예측했다. 브라질 중앙은행이 100여개 컨설팅 업체의 자료를 종합해 발표하는 주례 경제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전망치는 -2.44%, 내년 전망치는 -0.5%로 집계됐다. 이 전망이 맞는다면 브라질 경제는 1930년대 초반 이후 처음으로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게 된다.

부정적인 경제 전망 탓에 브라질 국채 인기는 계속 떨어지고 있다. 1년 전 연 11%대였던 10년물 브라질 국채 수익률은 최근 연 15%까지 뛰어올랐다.

국가신용 ‘투기등급’ 직전

국제 신용평가기관들은 잇달아 브라질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7월 브라질 신용등급(BBB-)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무디스는 Baa3를 줬다. 두 등급 모두 투기등급(정크) 바로 위 단계다.

피치는 브라질을 투기등급보다 두 단계 높은 BBB로 평가하고 있지만 조만간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다. 피치는 최근 원자재 가격 약세로 중남미 전반의 신용등급이 안정적이지 못하다며 저성장과 재정난, 취약한 재무구조 3중고를 겪는 브라질을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브라질 정부가 내년에도 305억헤알(약 9조5400억원)의 적자 예산을 편성했기 때문에 2017년 공공부채 비율은 68.8%까지 높아질 것으로 추산된다. 시장에서는 공공부채 비율이 70%에 이르면 브라질의 국가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으로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

호세프 대통령이 긴축정책을 쓰겠다고 했지만 이를 실행하기는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증세와 긴축에 대한 노동계와 시민의 반발이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