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자금 대탈출...13개월새 1조 달러 빠져
중국 경기둔화 겹쳐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7월 말까지 13개월 동안 19개 신흥국의 순자본 유출 규모가 9402억달러(약 1111조원)에 달했다고 19일 보도했다. FT는 글로벌 투자은행 NN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의 자료를 인용해 이 같은 자금 이탈 규모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세 분기 동안 순유출된 4800억달러(약 567조원)의 두 배에 달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등 선진국 중앙은행이 제로금리와 양적 완화 정책을 펼치며 2009년 7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6년간 신흥국에 유입된 2조달러 중 약 절반이 불과 최근 1년 새 빠져나간 것이다.
이 같은 급격한 자본 유출로 신흥국 통화가치가 급락하고 수입 수요가 감소하면서 경기가 추락하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브라질 헤알화 가치가 올 들어 미 달러화 대비 24% 급락한 것을 비롯해 콜롬비아(-20%) 터키(-18%) 말레이시아(-14%) 인도네시아(-9%) 등 남미와 동남아시아 신흥국 통화가치가 급격한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조사업체 캐피털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지난 6월 전체 신흥국의 수입은 전년 동월보다 13.2% 줄었다. 닐 셰어링 캐피털이코노믹스 신흥국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는 FT에 “자본 유출로 신흥국 내수가 급감하고 주요 수입원인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소득이 크게 감소했지만 아직 바닥을 쳤다는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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